이번에 소개받은 인턴 자리는 원래 선배가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선배가 하지 못하게 되면서 넘길 사람을 찾던 중 요행으로 내게 넘어온 것이다. 나 말고도 그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언론계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아니까 양보해 준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됐으면, 선배가 이력서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이력서를 열심히 쓰는 게 맞는 것이었다. 대학 입시 이후로 2년만에 처음 쓴 내 이력서는 다시 들추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다. 사진까지 누락되어서 선배에게 이력서를 다시 보내고 징징거리는 문자를 보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면서. 죄송하다고 해서 어리광을 받아 줄 사람이 방공호 바깥에는 없는데, 바깥으로 첫발을 내밀 때부터 이 모양이라니.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과제와 발표와 원고 마감 때문에 바빠서 그랬다는 변명은 변명이 안 된다.

  여튼 이력서 쓰는 것은 지독하게 어려웠다-_- 며칠 동안 한글 프로그램 띄워 놓고 깜박이는 커서만 멍때리고 보면서 끙끙대다가 간신히 두 쪽 못 되게 썼다. 자기소개를 하는 게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조차도 나를 잘 몰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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