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선 1
국내도서>소설
저자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 이세욱역
출판 : 문학동네 2008.03.05
상세보기

  스릴러 소설이 다 그렇듯, 그저 읽는 과정을 즐길 따름이다. 남는 것은 없다. 살인자가 애저녁에 드러나 있고, 주인공이 그 뒤를 쫓는다는 구성도 별로 신선하지는 않았다. 반전이 있다는 것이 반전이었다.(스포일러) 여러 가지로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같은 연쇄살인범이라면 자크 르베르디보다 한니발 렉터 쪽이 훨씬 매력적이다. "저런 젠틀하고 지적인 살인마에게라면 죽어도 좋아!"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_-; 하하.

악마의 공놀이 노래
국내도서>소설
저자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07.07.12
상세보기

  일본 쪽 추리소설도 파 볼까 해서 가장 처음으로 집은 책이다. 오랜만에 잘난 척하지 않는 소박한 탐정이 나오는 추리물을 보았다. 홈즈도 포와로도 신이치도 너무 자기 잘난 맛에 살아서 썩 정이 안 간다. 특히 셜로키안들의 홈즈 숭배는 거의 종교와 맞먹기 때문에-_-; 극성스러운 팬덤을 껄끄러워하는 나와는 영 안 맞는다. 재미야 있지만.
  요코미조 세이시 추리소설의 키워드는 '몰살'이다. 긴다이치 코스케와 '살인사건'이라는 접점으로 얽힌 사람들은 죄다 죽어나간다.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는 원작의 플롯을 충실하게 지킨 오마쥬라는 생각을 했다. 김전일이 죽음을 몰고 다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맺힌 범인의 처절한 복수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나로서는(변태인가;), 죽을 사람 안 죽이고 살려놓는 <명탐정 코난>은 별로 통쾌하지 않아서 재미가 없다.
  가뜩이나 일본식 이름에 익숙지 않은데, 인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읽는데 좀 고생했다. 누가 누군지 구분하고 가족관계를 파악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일본은 연호를 쓰는 바람에 시간에 따른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다.

  * 2010년 5월 7일 추가 :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악마의 공놀이 노래>부터 시작해 <혼징 살인사건>,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 <옥문도>,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까지 읽어 보았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은 등장인물이 몰살;당한다는 것 말고도, 전통과 신 문물이 충돌하는 시기에 전통을 고집하며 고립을 자처하는 농촌 공동체가 배경이 되고, 씨족 사이의 갈등이 중심 사건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경 지식을 받아들이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감상에만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비슷한 갈등 구조가 작품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쉬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초췌하고 꼬질꼬질한 탐정은 꽤 매력적이었다.

환각의 나비 -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박완서의 문학상 수상작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박완서
출판 : 도서출판푸르메 2006.06.25
상세보기

  고등학교 때 언어 지문으로만 보던 '엄마의 말뚝2' 전문을 드디어 다 보았다.
  왠지 박완서의 소설은 내가 애를 둘 정도 낳아 기른 중년 여성이 되어야만 온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글 자체에서 세월의 무게가 뚝뚝 묻어난다고 해아 할까. 그런데 단편을 몇 편 읽다 보면 패턴이 보인다. 다 비슷해 보인다는 뜻이다. 그 '비슷한 느낌'을 박완서만의 주제 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심장에 너무 무리가 많이 간다-_-;

목화밭 엽기전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백민석
출판 : 문학동네 2000.03.11
상세보기

  5층 인문과학실에서 유령처럼 떠돌다가 생각없이 집어왔다……기보다는, 명저읽기 첫 강의에서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나서 빌렸다. 소개팅에 나가서 여자한테 책 줄거리를 읊어 주었다는 이야기였는데, 몇 장 넘기다가 뜨악했다. 이런 얘기를 소개팅에서 했단 말야?
  내 취향이긴 했는데, 읽는 사람을 다소 당혹스럽게 하는 구석이 있는 책이었다. 단순히 묘사가 원색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용이 불편하기 때문일까. 사춘기가 아직 덜 끝난 모양인지, 요즘 계속해서 세상을 삐딱하게(얼씨구) 보고 있다. 책 속에서 그리는 세상이 현실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깝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책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호암 아트홀 풍의 진부한 휴먼 드라마'보다는 말이다.

  * 2009년 2월 6일 작성. 일부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