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때에 거금을 들여서 화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다 질렀다. 그런데 정작 꾸밀 시간이 없어서 화장을 못 한다. 2학기 들어서 치마를 입고 학교 간 날도 손에 꼽는다. 머리나 제대로 빗고 다니면 다행이지. 그래서 이번에 수시 붙은 동생 쓰라고 전부 줘 버렸다. 인문대생은 꾸미고 다니기 편해서 좋겠네, 예쁘게 꾸미고 다니면 얼빠진 남자 선배들이 과제고 뭐고 다 해 주겠네, 어쩌고하는 속 편한 소리는 대체 누가 한 걸까? -_-

  휴학하고 일하러 나가면서도 학교 다닐 때처럼 쌩얼로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 구색을 맞추는 정도로만 몇 개 샀다. 에뛰드하우스에서는 점원이 "한국 분이세요?"하고 물었다. -_- 내 얼굴이 이번에 총학생회 부회장 후보로 나온 어여쁜 여학우처럼 일색이 짙은(..) 얼굴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처럼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이 어디 있다고.

  허니멜론 핸드밤 : 스킨푸드, 3500
  이름은 허니멜론인데 왜 오이비누 냄새가 날까? 그래도 꾸덕거리지 않고 미끄덩거리지도 않아서 잘 쓰고 있다. 손바닥이 바짝바짝 말라서 계속 물칠하는 일이 없어졌다. 뉴트로지나 핸드크림은 명성에 비해 좋은지 잘 모르겠다. 겁나게 끈적거리기만 한다.

  러블리 쿠키 블러셔 : 에뛰드하우스, 6000
  에뛰드하우스 화장품들은 참 착하긴 한데 이름이 너무 오그라든다. orz
  러블리핑크로 두 개 사서, 하나는 동생 주고 하나는 내가 쓰기로 했다. 팩트만 대충 두드리고 나가면 하얗게 질린 것처럼 보이니까 볼에도 착시효과를 주어야 한다. 많이 쓰면 꽃봉오리 예술단-_-처럼 보이니까 조금만 쓴 다음에 손가락으로 문대야 한다. 케이스랑 퍼프가 귀엽다.

  살구 막대 글로스 : 에뛰드하우스, 3500
  더페이스샵에서 산 립글로스와 립밤이 산 지 1년을 넘어가고 있다. 그걸 다 못 쓰고 있다니 정말 징하다. 상큼 사과-_-로 하나 샀다. 테스트할 때 별로 기대를 않고 발랐는데 의외로 발색이 잘 되고 지속력도 괜찮은 것 같다.

  비비 매직 크림 : 에뛰드하우스, 9500
  샘플존에서 받은 비비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흡사 가부키 화장을 한 마냥 허옇게 뜨는 데 기겁하고 새로 하나 장만했다. 촉촉한 타입으로 샀는데 얼굴이 겁나 번들거린다. 내 눈은 해태눈인가보다. 테스트까지 하고 샀는데 시행착오를 겪다니! 기름종이를 가지고 다니든지 팩트를 가지고 다니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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