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이후, 혹은 어떤 식으로든 남성을 혐오할 계기가 생겨서 레즈비언이 되었다는 여성이 간혹 보인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선천적이므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그러한 후천적 동성애자(?)들을 보호(변호? 설명? 어떤 어휘가 적당할지 모르겠다)할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데 누군가 가부를 논한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댓글

 

@ 사랑이라는 것과 후손을 낳는다는 것을 완전히 분리된 논리로 볼 것이냐 아니냐가 아무래도 근본적일 듯해. 2011년 7월 20일 오전 12:01

 

근데 '후손을 낳는다'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건 중세시대나 근본주의 기독교 방식의 사고 같아서. 후손을 낳기 때문에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지면 자위부터도 하면 안 되는 거고. 2011년 7월 20일 오전 12:07

 

@ 그런 게 정말 애매한 것 같아. 사실 언니 말대로 자위가 금지되어야 맞는 건데(실제로 기독교에서는 아직도 원칙상으로는 금지하고 있고) 후손만 낳으면 쾌락만을 위한 섹스나 연애가 다 리셋되는 것처럼 보여서. 2011년 7월 20일 오전 12:15

 

뭐랄까 엄청 동물적이다. 인간과 동물을 차별화하고 싶으면 적어도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에 번식욕 말고 다른 것도 끼워줘야 하는 거 아닌가. 2011년 7월 20일 오전 12:17

 

@ 그래서 아무래도 이 문제는 "인간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대명제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 후손을 낳는 것은 본능이니 의무까지 매길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입장이긴 한데 아직 내공이 부족함. 2011년 7월 20일 오전 12:20

 

 

# 사랑과 번식의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예전의 터부들은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금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이 되면 그냥 심리적인 거부감만 남으니까. 2011년 7월 20일 오전 12:48

 

오, 말 된다. 그런 오래된 문명의 '굴레'를 때려부수는 게 꼴페미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웃음) 2011년 7월 20일 오전 9:54

 

 

* 요새 이성애중심주의에 대한 생각을 좀 했는데 사랑이 흔히 이성애를(or 만을) 가리키긴 하지만, 오히려 이성애는 '진정한' 사랑이기는 동성애나 다른 여타 사랑(우정, 가족애 등)보다도 더 힘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성욕, 더 깊이 들어가 번식욕이 이성애의 본질이라면 더더욱. 뭐 워낙 궤변이고 그럼 사랑은 무엇이냐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2011년 7월 20일 오전 2:21

 

'현실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이성애가 아니라 동성애야말로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사랑'이라고 보는 것도 또 하나의 타자화 내지 차별 아닐까? 2011년 7월 20일 오전 9:55

 

*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이성애자라서 더 느껴지는 불만 같은 거였어. 그리고 <파니핑크>라는 영화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2011년 7월 20일 오전 11:33

 

 

& 선천적이든 후천적 계기에 의해서든 이성애, 동성애, 혹은 성적 애호의 지향 대상이 없는 상태 모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 설사 어떤 사회화 과정에 의해 개인의 성 정체성이 바뀔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방향(이를테면 이성애)으로 성적 애호의 취향을 강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번식과 사랑의 관계에 관해서─개인적으로 진화심리학적 관점을 전혀 선호하지 않고 심지어 불신하기까지 해. 하지만 백 번 양보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번식을 위한 뇌의 진화과정의 산물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인다 쳐보자. 어떤 심리적 상태의 기원이 종의 자기보존욕구의 매커니즘에서 발현된 것이라 해서 동성애와 같은 취향이 그러한 매커니즘에 합목적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공격 당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 같아. 이거야말로 아주 기초적인 자연주의의 오류를 범하는 것 같거든. "자연적으로 ~게 만들어진 거니까 ~에 합목적적일 때 이것이 옳다"는 주장은 당위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논리적 비약을 저지르는 것이니까.

 

  네 말대로 가부를 논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단순한 문제이기도 한 듯해.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빨간색을 좋아하는 윤리적 정당화를 요구하지 않는게 당연한 것만큼이나 성적 애호의 취향에 대해서 어떤 근거를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식의. 삶의 목적과 같은 거창한 문제랑 애초에 특별히 긴밀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 같고.

 

  또 '이성애가 성욕과 번식욕에 기반한 불순한 것이어서 동성애가 더 순수하거나 우월하다'고 말하는 건 동성애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이건 마치 동성애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닌 것만 같은 뉘앙스로 들리거든. 동성애는 '성애'의 한 양태이기 때문에 차라리 이성애, 양성애와 같은 개념과 범주화되어야지, 우정이나 가족애처럼 이성애와 차별화되는 다른 감정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네가 언급했던 것처럼 또 다른 타자화에 불과한 것 같아. '호모섹슈얼'도 섹슈얼이잖아. 다른 종류의 접두사가 붙었을 뿐이지. 2011년 7월 20일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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