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감독 황동혁 (2011 / 한국)
출연 공유,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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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내내 <화려한 휴가>가 생각났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슬프지? 열받지? 그러니까 어서 울어!"하는 의도가 세련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거기에 공명하여 눈물을 찍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도가니>는 훌륭하게 실패했다. <화려한 휴가>와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고 나면 선정성과 불쾌감만이 진득하니 달라붙어 있을 뿐 알맹이는 증발한다. 한국형 거대 기독교와 사학재단 비리, 비뚤어진 사법구조, 장애인 인권 등 맛깔나게 풀어내면서도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중요 안건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선정적으로 그려내는 데 치중하느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된다. 감독의 역량 부족 탓일까?

  광주 학살과 인화학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고군분투하며 진실 규명에 힘쓰고 있음을 "저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얄팍한 호소, 글 한 줄로 때울 게 아니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에게 인지시켰어야 했다. <화려한 휴가>만큼이나 못 만든 영화다.

  자극적인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이런 영화의 문제점은 사건을 진행형이 아닌 종결형으로 그려내므로 분노에서 더 나아간 발전적인 피드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극적인 사건 전개는 흥행을 담보하고 관객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를 오락거리로만 생각하므로, 눈앞에 스크린이 펼쳐져 있을 때에는 분노하다가도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고 나면 '참 나쁜 놈들이다' 정도에서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중요한 것은 여운과 메시지이다.

  소설을 본 지인이 원작 소설은 영화보다 더 개판이란다. 힘이 쭉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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