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 때문에 트위터 본계정이 날아갔다. 사실을 깨닫고는 당연히 혼비백산했고, 안 되는 영어를 써서 관리자에게 계정 복구 요청 메일을 보내 놓았다. 사람은 급할 때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도 생판 남에게 징징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덕분에 일주일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트위터를 강제로 끊었다. 멍청하게 들여다볼 것이 하나 줄어든 덕분에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다.

  내가 트위터의 용도 중 가장 높게 친 것은 '소통'의 가능성 따위가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때그때 '뱉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사람과 소통하길 원했다면 오프라인 모임(그게 어디든 상관없다)에 제발로 찾아갔을 것이다. 트위터는 각자 떠드는 곳이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얄팍한 의사교환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아무튼 내 생각을 단발적으로 뱉을 수 있는 곳이 존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고 정제된 글을 쓰는 블로그를 멀리하게 되었다. 접근성과 편리성만 따지면 블로그는 트위터를 따라올 수 없다.

  블로그를 멀리하게 된 일이 내게 유익한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을 하나라도 정리된 형태로 남길 수 있을 테고, 하다못해 완결된 글을 쓰려는 버릇을 들일 수라도 있을 것이다. 트위터는 인스턴트 식품이다. 타임라인을 지나친 트윗은 곧 묻히고 잊혀진다.

  혹 본계정이 복구되더라도, 예전처럼 하루종일 트위터를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한 자 더 읽고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실수로 계정을 폭파한 날은, 디씨를 끊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역설(?)한 샤다라빠의 만화를 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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