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하나 까딱해서 내 목숨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을 동시에 가진데다 성적 매력까지 철철 넘치는 남자란 얼마나 섹시한지! 그 위험천만한 매력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다. 그리하여 불 속에 뛰어드는 부나방 꼴이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마음 속에 갈무리된 욕망을 풀어버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니나였으면 구두라도 핥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도 결국 사회적으로 학습된 '이상적 남성'의 모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이다. 르로이 단장 같은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걸 보면. 아니, 어쩌면 내 취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덮어씌우며 "너희도 다 이렇잖아!"하고 억지를 부리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건 내 판타지고, 상상 속에서는 내 머리를 짓밟고 오만하게 날 내려다보는 남자를 보며 짜릿한 흥분을 느끼든, 그의 발치에 꿇어앉아 구두에 입맞추며 사랑을 구걸하든 내 자유 아닌가. 그러니까 취향은 존중해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