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인가, 금요일에는 <불신지옥>을 보고 토요일에는 <울지마 톤즈>를 보았다. 소재는 비슷한데 분위기도 말하는 바도 완전히 다른 영화를 이틀 연속으로 보고 나니 기분이 몹시 희한했다. <불신지옥>에 대해 몇 자 찌끄리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포스팅을 계속 미루었는데, 뭘 써야 할 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못 썼다. 괴기스럽고 으스스하고 난해해서 겁나 내 취향이기는 했다. 무서운 공포영화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리소문없이 극장에서 내려갔나, 혼자 생각했다.

울지마 톤즈
감독 구수환 (2010 / 한국)
출연 이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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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 서품을 받고 일어날 때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죽고 한 명의 사제만이 남는다. 이태석 신부는 인간 이태석을 버렸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자신을 나눠주고 죽을 수 있었나보다. 의술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학교를 세우고, 음악을 가르치고,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수단 사람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돌보는 그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비록 내게 종교는 없으나, 이태석 신부에게 자신을 나누어 줄 올곧은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능력까지도 충분했던 것을 보면, 신의 의지가 그를 이끌고 있다고 믿기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죽음을 절절히 안타까워하고, 왜 자기 목숨을 대신 거두지 않았느냐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교의 딜레마를 느낀다. 신은 수단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이태석 신부라는 구원을, 그의 죽음이라는 죽음을 함께 주었다. 얄궂은 일이다. 여타 교인들처럼 "이 모든 것이 신의 신비한 뜻이다"라고 단정짓기에는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아깝고 안타깝다. 역시 인간 세상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인격신의 존재는 거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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