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많고, 전혀 검열하지 않았다.

아저씨
감독 이정범 (2010 / 한국)
출연 원빈,김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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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학을 떼긴 했지만, 차라리 그 쪽이 더 나았다. 이 영화가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동력은 원빈 하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빈만 믿고 가는 영화인데, 원빈의 페로몬에 매료되지 않은 소수의 인종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사지가 오징어마냥 비비 꼬일 게다. 그게 나야. 움빠둠빠 두비두밤. 원빈이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몇 줄 없는 대사는 오그라들고, 개연성은 부족하고, 차태식의 동선은 신출귀몰하고, 경찰은 삽질만 하고, 분명히 스크린에는 오빠가 비치는데 애는 계속 아저씨라고 부르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차태식이 살인 기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전직 특수 요원이기 때문에 액션신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었던 것만 좋았다.
  듣기로는 원래 주인공이 50대 남성으로 예정되어 있었다는데, 원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격으로 대본을 들고 나타나 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각본을 대폭 수정했다고 한다. '오빠같은 아저씨 원빈'이 아니라 '진짜 아저씨'가 주인공이었더라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지가 궁금하다. <테이큰>의 아류작이 되었을까?
  나중에 <킬러들의 수다>나 한 번 더 봐야겠다.

베리드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 (2010 / 스페인)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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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라는 말에 겁을 먹고 스크롤을 쭉 내릴 사람들을 위한 관람팁 하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기보다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이입하는 게 좋다. 초반의 당황스러움을 견딜 수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할 틈이 없다. 협소한 공간, 단 한 명의 주인공, 적은 장치를 가지고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게 기가 막힐 정도이다. 전혀 구태의연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땅 속에 묻힌 사람이 살아서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노드라마라길래, <큐브>나 <쏘우>처럼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된 사람이 겪는 고통 자체에만 중점을 둔 영화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정치적인 영화였을 줄이야. 노동자를 부품으로 보는 대기업의 횡포+이라크 전쟁+관료주의 등을 한큐에 까고 있다. 비유를 써서 돌려 말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비판하는지는 훤히 보이지만, 촌스럽고 오그라드는 게 아니라 참신했다. 소재와 스토리텔링을 영리하게 구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척 마음에 드는데, 범인과 희생자의 두뇌 게임을 기대하고 온 관객 대다수는 아마도 욕하면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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