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댓글로 몇 자 끄적이다가,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이글루스로 옮김.

  진성 오덕인 후배에게 일반인 코스프레를 강요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친구와 얘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는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과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해서 스스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이제 결론을 내렸다. 적절한 일반인 코스프레는 필요하다-_-;

  일기장으로 쓰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는 리암의 파파라치 사진이나 오아시스 M/V를 올려 놓고 온갖 초성체와 이모티콘을 남발해대며 광분-_-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있지만, 그런 포스트는 모조리 서로이웃공개이고, 남들 앞에서는 오아시스 좋아하는 티를 별로 안 낸다. 글래스톤베리 라이브에서 오아시스의 무대가 얼마나 황홀했는지, There & Then 도입부에서 Acquisce를 부르던 갤러거 형제를 보며 얼마나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지, 무대 위에서 마이크에 입을 바싹 갖다대고 노래하는 리암의 옆얼굴은 또 얼마나 황홀한지, Stand by me M/V에서 파란 셔츠의 목깃을 젖히고 노래하는 리암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남들한테 백 번 천 번 얘기해봐야 그저 개소리라는 걸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_-; 공감도 못 할 테고, 관심 없는 밴드의 모르는 얘기를 계속 들어봤자 짜증만 날 테고.(예시 들다가 혼자 흥에 겨워서 리암 찬양을 줄줄이 늘어놓는 걸 보니 나도 참 답이 없ㅋ당ㅋ...)

  일코를 하는 것과 자기 취향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꽁꽁 숨기고 골방에서 혼자 취미생활을 하는 것만 일코가 아니다. 타인의 취향과 나의 취향에 교집합이 하나도 없을 것을 인지하고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다. 간혹 "나는 내 취향이 아주 자랑스러워!"라면서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전파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치들이 있는데, 민폐이다. 남들에게 자기 취향을 억지로 강요해 놓고, 자기 취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신경질내면서 취존중을 외치면 곤란하지. 내가 공공장소에서 오아시스 2집을 엄청 크게 틀어 놓는 것하고, 퇴근 시간 지하철에 굳이 낑겨들어와서 찬송가 틀고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는 것하고 뭐가 달라-_-;

  뭐, 이제나저제나 덕들은 이제 일코하지 않으면 살기 꽤 피곤해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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