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쇼핑이란 자고로 이 가게 저 가게 들락거리다가 가장 예쁘고 싼 물건을 건지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옆에 누가 있으면 끌고 다니는 게 미안하고 신경쓰여서 차라리 혼자 다닌다.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옆사람 눈치 안 보고 눈에 띄는 가게마다 들어가서 옷 만져보고 구경해도 되고. 물론 엄마를 동행한 쇼핑은 예외다. '무적의 엄마 카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엄마는 '내게 얼마나 어울리는가'와 '얼마나 예쁜가'에만 철저하게 초점을 맞추어 물건을 봐 주기 때문에 실패할 때가 거의 없다. 내가 걷지도 못할 때부터 나를 돌봐 주었던 사람의 말은 믿어도 된다.

  

  오늘의 수확. 만족스럽다. 원피스랑 면바지도 사고 싶었는데 딱히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그런데 어두운 밖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가디건 소매 끝과 목덜미 부분에 얼룩이 져 있다. 입던 옷을 판 것 같다고 엄마가 화를 내서 즐거움이 대폭 희석되었다. 수업료를 냈다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환불도 못할 거 길길이 화를 내 봤자 정신건강에는 별로 이롭지 않을 테니-_-;

  

  락덕락덕하고 울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