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감독 김지운 (2010 / 한국)
출연 이병헌,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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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교훈 : 
  1. 밤늦게 싸돌아다니지 말고
  2. 대문은 아무한테나 함부로 열어주는 게 아니다.

  영화 다 보고 나와서 울었다. 설명이 더 필요한지?

  영화 시작 5분만에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는데, 나는 피가 튀고 살점이 날리는 장면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을지언정 결말만은 알아야겠다는 객기를 부리다 결국 에너지를 전부 방전시켜버렸다. 그런 객기를 부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도 아니어서 괜히 억울했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하리 나는 바보가 돼 버린걸! 젠장! 영화가 끝나고 객석에 축 늘어져서 혼이 나가 있다가, 사람이 많은 곳에 나오자마자 마음이 놓여서 펑펑 울었다. 덕분에 옆에 있던 김모씨(관악구 거주)는 졸지에 여자를 울린 나쁜 남자가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쏘아보는 눈초리를 전부 받아내야 했다. 애인님 재송해여(..)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잔인하기만 한 영화 내용을 가지고 딱히 할 말은 없다.
  캐릭터 단평이나 몇 자 끄적끄적.

  • 이병헌 :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차가운 도시남자의 표본. 직장 동료들 앞에서는 있는대로 가오-_-를 잡지만, 추위 속에서 홀로 견인차를 기다리는 약혼자에게 노래를 불러주다 들켜 부끄러워하는 그야말로 멋진 연인'이었다'. 살인자를 쫓을 만한 물리적 힘이 충분한 그로서는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캐릭터. 하지만 장경철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가 사랑한 사람은 약혼자가 아니라 약혼자의 복수를 하는 자기 자신이었다.
  • 김옥빈 : 주역도 아니었을뿐더러 몇 장면 등장하지도 않는데 유독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박쥐>에서 흡혈귀로 각성한 후 나른하게 웃으며 피를 탐닉하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 같았다. 엔딩롤의 '특별히 감사하게 여기는 분들' 목록에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올라가던데, <박쥐>에 출연한 인연으로 이 영화에도 잠깐 얼굴을 비췄던 걸까? 아무튼 '야하고 섹시한 또라이'라는 어색한(?) 캐릭터를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한국에 김옥빈 하나뿐일 것 같다. 언니 멋있어요!
    당연히 김옥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_-;;;

  나만의 명대사 : "니 자지 누가 그랬어?"
  입에 머금었던 음료수를 뿜을 뻔했다. 그 때 나는 병원 침대 옆에서 웃음을 간신히 참던 형사들과 완벽하게 교감하고 있었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인지도 모른다. 물리적/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자 교화 수단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내 이성은 말하지만, 결국 나는 온갖 강력 성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위험을 평생 껴안고 살아가야만 할 여성이다. 잔인한 분풀이 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알지만, 저런 새끼들은 좆 아무데나 못 휘두르고 다니게 잘라 버려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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