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천사의 비밀
감독 자움 콜렛-세라 (2009 / 프랑스,캐나다,독일,미국)
출연 베라 파미가,피터 사스가드,이사벨 펄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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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 신당역에서 처음 홍보 포스터를 봤을 때에는 그저 그런 공포영화일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호평이 들려 오기에 솔깃해져서 보았다. 별 것 아닌 장면에서도 장면 전환과 배경음악을 맛깔스럽게 사용해 준 덕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스릴러 영화를 간만에 각 잡고 봤더니 감정 소모가 굉장히 심해서, 영화 끝나자마자 객석에 축 늘어져 버렸다. 여운을 주는 엔딩 크레딧 덕분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났는데도 객석에 앉아 일어서지 않았다.

  반전 영화인 줄 모르고 봤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있대!", "대사랑 장면 하나하나에 복선이 있다나 봐."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보러 가는 바람에, 영화 보는 내내 반전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만 열심히 궁리했다. 그저 그런 식상한 반전이 아니라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라서 다행이긴 하다.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반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해서,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 운운하는 마케팅 전략은 되도록 안 쓰면 좋겠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포스터 자체는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섬뜩하게 느껴지는데, "쉿! 비밀을 지켜 주세요."라는 문구 때문에 부자연스러움에서 오는 공포감이 상당 부분 희석된다. 예비 관객으로 하여금 그저 그런 반전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쨌든, 썩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 보고 나서 곰곰이 곱씹어 보면 헛점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남편은 왜 그렇게 아내의 말을 못 믿는가, 수녀님은 왜 문제가 생기는 곳마다 가 있던 에스더를 케이트 부부가 입양해가는데도 말리지 않았는가, 기타 등등. 하지만 "내가 호랑이 새끼를 들였구나!" 따위의 식상해질 수 있는 소재를,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도록 흡입력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좋았다. DVD를 사고 싶어지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특히 에스더를 연기한 이사벨 퍼만이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 줄 지가 기대된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스치듯 보았는데, 오디션을 보러 갈 때에 자신을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하고, 에스더에게 자신을 이입하려고,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꼬고 리본을 매고 갔다고 한다. 1997년생, 올해 열세 살이라고 하던데, 어쩌면 그렇게 앙큼하고 똑부러지게 연기를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레드 카펫에서 아리아나 엔지니어(맥스)를 껴안고 환하게 웃는 소녀와, 영화 속에서 섬뜩한 미소를 띠고 돌아다니던 소녀가 동일 인물이라니! 제2의 다코타 패닝이니 뭐니 하던데, 그런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멋진 배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이사벨 퍼만이 조연이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에스더가 아닌가? 네이버 영화정보에는 베라 파미가와 피터 사스가드만 주연이라고 나온다.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케이트와 에스더인데, 이해할 수 없다.

  * 2009년 8월 3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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