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1의 몹쓸 경쟁률을 뚫고 구청 아르바이트 자리를 당당히 거머쥐었다. 전공과 주거지에 따라 부서를 배치한다고 하는데, 모종의 사정으로 철학과인 내가 전산회계과에 배치되고 말았다. 뭐, 모종의 사정이 없었더라도, 내 전공을 확인한 공무원들은 날 어느 부서에 넣어야 할 지를 정하기 이전에 꽤 난감했을 것이다.(그러게 동사무소에 좀 넣어주지! 따뜻한 집에서 밥 먹고 싶은데;ㅅ;) 사무실 직원 분들께 인사를 드리러 다녔는데, 내 전공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꽤나 묘하게 변한다. 철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자주 겪는 꽤 난감한 순간이다. 철학과 학생들이 흔히들 하는 푸념과는 달리 면전에 대고 "우리 애 이름 좀 지어줄래?"라거나 "손금 좀 봐 다오!"라고 하는 무례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슨무슨 과에 다니니 무엇무엇을 할 줄 알겠네? 하하호호" 하는 식으로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사람들을 보는 나도 덩달아 쩔쩔매게 된다. 그냥 적당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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