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어떤 유저가 파이어폭스에서 특정인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능을 구현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 기능이 드디어 크롬에서 구현되었다. 크롬 유저로서 대환영이다. 이제는 젠더 문제를 다룬 떡밥이 부상할 때마다 밸리에서 열심히 분탕질을 치며 존재감을 열심히 알리는 모 유저라든가, 희노애락 태그를 무분별하게 쓰면서 밸리 인기글 목록에 오르고 싶어 안달하는 모 유저라든가, 졸라 짱쎈 투명북조선(..)을 찬양하며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투척하는 모 유저라든가, 어떤 사회 이슈든 이명박과 연관시키고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드립을 날리며 내 손발을 오글오글하게 만드는 모 유저라든가, 뉴스비평 밸리에서 활동하며 제목에 욕설을 집어넣기를 즐기는 모 유저의 글을 보지 않아도 된다. 많기도 하다-_-; 더불어 손이 미끄러져서(..) 글을 잘못 눌렀다가 불쾌함을 느끼고 블로그 주인의 닉네임을 확인한 뒤 두 배 더 불쾌해지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무작정 좋아하며 설치하기가 떨떠름해서 조금 고민했다. 중학교 사회 과목 수준의 개념에 입각해서 보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면서도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이다. 예컨대 연애밸리에 또 다른 여성혐오주의자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개소리를 지껄여도 그의 발언권을 용인해야만 한다는 게다. 그에 맞서 키배를 뜰 자유 정도는 내게 주어지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인의 자유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발언권을 들먹여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끙, 어렵다. 이해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정외과 민주주의 수업을 들었는데 아직도 민주주의가 뭔지 잘 모르겠다. 한 학기 수업을 공으로 들은 모양이다.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만세!" 하면서 시험지 두 면에 온통 빨갱이 인증을 하고 나온 것만 기억난다-_-;

  그리고 이 글에서 네티즌이 입맛에 맞는 의견만 취사선택하므로 인터넷의 여론 형성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잘난 척 지껄여놓고서 정작 나는 보기 싫은 글을 막아 놓는 것도 정당한 처사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손이 미끄러지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특정 유저들의 글을 보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글이 보이지 않게 막아 놓는 것과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는 것은 다르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과, 아예 말하지 못하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 사이의 차이랄까.

  고민은 짧았고 결단은 빨랐다. 정치적 올바름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택하기로 했다. 어차피 난 그닥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고, 블로그질은 즐겁자고 하는 짓이니까, 라고 열심히 자기 합리화를 하며 플러그인을 설치했다. 플러그인이 크롬뿐만 아니라 크롬플러스에서도 무리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없이 흡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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