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하니 문자가 와 있었다. 눈이 장난 아니라고 하기에 밤새 눈이 내려서 길이 질척해진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 무릎까지 쌓인 눈을 보고 식겁했다. 눈이 어지간히 많이 와야 감상에 젖든 눈사람을 만들든 할 텐데, 이렇게 '징그럽게' 많이 와서야 그럴 생각도 안 든다. 포털 사이트 뉴스란은 폭설 때문에 도심이 마비되었다는 기사로 도배되었다. 이 와중에 "눈이 많이 오면 지하철을 타면 되잖아?" 운운하는 모씨의 기사를 읽으니 한숨이 나온다. 모씨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악덕을 그의 탓으로 돌리는 짓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쯤 되면 그의 무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 얼척없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이런 식으로 자기 한 몸을 희생하여 4대강 예산 날치기 통과에서 눈을 돌리고자 하는 수작인가, 하는 음모론을 들고 나오고 싶을 정도이다. 개인의 악덕을 비난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으니까.

  어찌되었건, 정말 눈이 '징그럽게' 많이 온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건 처음 본다. 용투사에 있는 친구를 약올리려고 [눈 많이 오네^^ 힘내^^]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눈 때문에 쉰다고, 선임이랑 영화 보려고 용산cgv에 나왔다고 한다. 미제의 앞잡이 주제에 팔자 참 좋다. 어제 휴가 끝나고 복귀한 다른 친구와, 오늘 입대하는 또 다른 친구가 안쓰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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