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국내도서>소설
저자 : 안네 프랑크(Anne Frank) / 홍경호역
출판 : 문학사상사 199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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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보았던 <안네의 일기>는 초등학교 백일장 주제처럼 명백히 하나의 의도만을 독자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과 독일 제국주의의 만행. 끝. 편집본에는 이 외의 다른 감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오토 프랑크가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난받는 이유가 너무나도 명확하다. 완전판을 보면 그 생각을 더욱 굳힐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야 슈피겔만의 <쥐>도 있고,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도 있고,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도 있고, 아무튼 <안네의 일기>를 빼더라도 넘치도록 많다. 굳이 완전판을 사 읽으면서까지 유태인의 민족사적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 한 개인의 정제되지 않은 성장 기록이라는 점에만 중점을 두고 읽어도 꽤 흥미롭다. 일기 첫머리에 같은 반 아이들의 험담을 늘어놓고,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에게 열을 올리는 남학생들을 모두 바보 취급하던 철부지가 은신처 생활 2년만에 극적으로 어른스러워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은신처 생활 초기에는 자신에게 신앙을 권하는(강요하는?) 어머니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반면, 후반부에 가서는 신에게 유대 민족의 구원이나 지인들의 행복을 비는 식으로 심경의 변화를 드러내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 봄직하다. "왜 우리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라는 말은 좀 거슬렸지만-_-;
  궁금증: 똑같이 모진 박대의 역사를 거쳤지만, 한쪽은 세계 권력의 중심에 서 있고, 한쪽은 콤플렉스에 절어 있다. 뭐가 다를까?

사랑의 기술
국내도서>인문
저자 : 에리히 프롬(Erich Fromm) / 황문수역
출판 : 문예출판사 20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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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치는 투(?)로 쓰인 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과연 저자는 자기가 말한 내용과 일치하는 삶을 살았을까?" 그래서 반의 반쯤은 냉소하면서 읽었는데, 본문 뒤에 실린 제자의 글을 보고 반성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론을 책으로 펴냈구나.
  이걸 읽으면서 느낀 건데 아무래도 성경을 제대로 읽어야겠다. 원체 종교나 금욕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던지라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_-; 토요일마다 꼬박꼬박 예배를 드리고 2학년 때에는 종교 과목까지 따로 개설하는 미션 스쿨 출신이지만, 종교 시간과 예배 시간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었다. 담임한테 등짝을 야무지게 얻어맞으면서도 열심히 졸았지……. 그래서 신학을 들먹이며 설명하는 부분은 머리에 물음표만 수십 개를 띄우고 간신히 읽었다. 그래도 인간과 역사 수업을 열심히 들어 놓아서 도움이 됐다. 부계 사회의 태동과 신 관념의 변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같은 것?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렇게 열심히 읽었던 주제에,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나머지 하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작년에 중세철학사를 안 들은 게 쬐끔 후회된다. 뭐 들었어도 어차피 공부 안 했겠지만-_-; 복학하고 열심히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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