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직전에 다녀왔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민중가요라는 걸 처음 들었다. 우리 학교 인문대는 그렇게 운동권 색깔이 짙지 않고, 인문대 학생회에서도 딱히 새내기들을 세뇌하고자 민중가요를 부른 건 아니었지만, 민중가요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혐오감 때문에 거의 경기를 일으켰더랬다. "이런 거 진짜 싫어! 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한테 정치색을 주입하려고 드냐고!" 이랬던 내가 매월 25일마다 꼬박꼬박 당비를 내게 될 줄 그 땐 몰랐지-_-; 게다가 당비를 내는 당원은 진성 당원이라고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안 펴진다. 나처럼 나이롱인 당원이 또 어디 있다고. 난 농활도 한 번 안 갔다-_-;

  아무튼 지금도 민중가요는 별로 안 좋아한다. 정치색이고 뭐고 다 떠나서 너무 촌스럽다. 물론, 현장에서 투쟁 의욕을 고취하려면 투박하고 따라 부르기 쉬우면서도 주제 의식이 뚜렷한 노래를 부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려고 만들어진 게 민가이고. 하지만 평소에 듣기에도 좋으냐 하면, 글쎄, 난 별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_-; 물론 "난 민가 좋아해서 다 꿰고 있는데?"라는 사람이 없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이건 좋아한다.

  

  인터내셔널가를 재즈로 편곡한 거. 어떤 다큐멘터리에 삽입된 곡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 다큐멘터리를 보긴커녕 제목도 모른다. 인터내셔널가가 뭔지 IS가 뭔지도 몰랐던 꼬꼬마일 때(물론 지금도 꼬꼬마지만^^;) 정치캠프에서 모 선배가 들려주었다. 운동권 냄새가 풀풀 풍기는 한국어 버전이랑 비교해서 들으면 감동이 두 배다. 이렇게 세련될 수가! 근데 인터내셔널가 저작권이 2014년까지라던데, 이렇게 올리면 법에 저촉되나 싶어서 걱정된다;

  이젠 민중가요라는 분류 자체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 민가 촌스럽다고 불평하는 게 좀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네. 민중가요 딱지를 달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사회 의식을 담아서 서정적인 노래를 만들 수 있다. 루시드폴 4집의 <평범한 사람>, <레미제라블 Part 1>, <레미제라블 Part 2>가 그랬다. 가사집을 보고 음미하면서 거의 전율을 느꼈었다. 또 투쟁 현장이라고 해서 으쌰으쌰한 노래(?)만 불러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기륭 현장에서 들었던 시와의 <하늘공원>과 <Dream>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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