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출문제 정리를 하는데 지문으로 <안네의 일기>가 나왔다. 갑자기 안네의 일기가 읽고 싶어졌다. 마침 지갑에 엄마가 주신 문화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덕에 처음으로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 봤다. 회사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만 가면 된다. 하지도 않을 머리핀, 쓰지도 않을 화장품, 신지도 않을 신발, 입지 않을 옷, 이런 것들보다는 차라리 책을 충동구매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매일 세수만 대충 하고, 늘 입는 옷을 입고 늘 신는 신발만 대충 꿰어신고 집을 나서는 나한테는 적어도 그렇다;

  2. 실은 남의 사생활을 들춰보고 싶다는 아주 불순한 이유 때문에 안네의 일기를 샀다. 진짜다(..) 무려 '무삭제 완전판'이다. 제목 앞에 '무삭제 완전판'을 붙이니 왠지 자극적이고 외설스럽게 들린다.

  3. 어릴 때 읽는 고전과 머리가 굵어지고 읽는 고전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토록 건강한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사람을, 비록 책 속에서이긴 하지만, 참 오랜만에 보았다. 나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라니. 우리나라 방식으로 나이를 세더라도, 안네는 전쟁 당시 겨우 14~16살이었다. 내가 저 때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는다(..) 사실 성년의 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도, 내가 안네보다 나은 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몸만 컸지 아직 어린애이다. 요전에는 문근영(구은조)한테 디스당하고, 어제는 안네한테 디스당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내 사춘기는 도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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