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15일)는 급여일이었다. 6시가 조금 못 되어서 급여통장을 확인했는데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같이 일했던 언니에게 7시 반쯤에 문자를 했더니, 자기는 4시에 급여를 받았다고, 어떻게 된 거냐고 황당해했다. 언니가 회사 전화번호 두 개를 알려주었다. 시간이 늦었으므로 자고 일어나서 전화하기로 했다. 혹시 몰라 노동부 상담센터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상담 시간이 지나 있었다. 노동부 상담센터의 상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노동부 홈페이지를 뒤져 이것저것 자료 조사를 했다. 팔자에도 없는 근로기준법 공부를 다 하는구나, 한탄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쨌든 난 죽을 때까지 사용자보다는 피용자가 될 확률이 더 높은 인생을 살 테니, 법을 좀 알아서 나쁠 건 없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밤늦게까지 컬투쇼를 듣다가 잤다. 곽부용이랑 수시개랑 공장 신참 이야기는 좀 레전드인 것 같다.

  2. 회사에 전화하려고 아홉시에 일어났다. 수면유도제 때문인지, 아니면 제대로 늦잠을 자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이 무거웠다. 침대 머리맡에서 졸다가 회사로 전화를 했다. 2시까지 알바비를 넣어줄테니 전화 바꿔주지 말라고 이사가 말했다고 한다.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 두시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다. 어쨌든 난 출근 전까지 짧은 휴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

  3. 한참을 자다 깨다 하며 말도 안 되는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엄마가 날 깨우러 방에 들어왔다. 2시 10분전이었는데 아직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텔레뱅킹으로 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는 놀라운(-_-;) 사실을 알았다. 일단 2시까지 기다려보고 전화를 하기로 했다. 내 휴대폰과 엄마 휴대폰으로 수차례 번갈아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 이사 업무용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다. 엄마는 휴대폰용 이어폰을 찾기 시작했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해 보자!"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놈들 골탕먹이는 걸 즐겨 보자는 우리 어머니의 명언. 허허허.

  4.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자꾸 전화가 와서 전화선을 빼 놓았다고 한다. "그거 우리 엄마가 계속 전화한 거예요ㅋㅋㅋ;;" 언니는 회사로 설치 취소 전화가 오는 줄 알고 그랬다고 한다. 어찌됐든 업무중인 회사에서 전화선을 빼 놓도록 시킨다는 건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어쨌든 아직도 월급이 안 들어왔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돈을 넣어주는 사람은 사장님이니 사장님에게 얼른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5. 방금 늦은 점심을 먹고 잔고를 확인해 보았다. 일찍 퇴근했던 날과 늦게 출근했던 날 시급을 빼고 82만원이 들어왔다. 돈 안 주고 뻐길까봐 노동부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난리를 피웠던 생각을 하면 좀 허탈하긴 한데, 또 이 짓을 다음달에 한 번 더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주 징글징글하다. 일주일 새에 5년은 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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