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 오글거림 주의 :)

  적어도 우리 어머니 슬하에서, 그 큰 돈을 들여 초중고등학교 제도권 교육을 12년 간 받고, 대학교에 무시무시한 등록금을 내고 2년 동안 고등교육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확실해졌다. 평범한 사람들을 등쳐먹다 못해, 이제는 알바생까지 등쳐먹으려는 몹쓸 버러지들에게 우롱당하지 않기 위해서. 평소에는 자조적인 농담처럼 쓰던 말인데, 오늘은 좀 진지하게 해야겠다. 명문사학 (삐-)대생의 위엄을 보여주마. 앞으로는 머리 굵은 알바생이랑은 상종하기도 싫을 정도로 학을 떼게 해 줄게.

  우리 엄마는 내가 밖에 나가서 이런 대접 받으라고 여지껏 날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쳐주고 키워주지 않았어. 엄마가 잘 키워 주셨으니 이제 내 일에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해. 방공호 문턱에서 찬바람 조금 맞으면서 바깥이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고 징징대는 건 꼴불견이야.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엄마 소맷자락 붙들고 우는 소리 내는 것도 꼴사납잖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그렇게 열망하던 투표권도 생겼고, 5월이 지나면 정말로 성인이 되는데, 몸은 다 큰 주제에 미성년자처럼 구는 것만큼 한심한 게 어딨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법과 사회>를 처음 배울 때에, 교과서 첫머리에 이런 말이 있었더랬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권리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받아내려 한다. 내일 두 번쯤 연락을 한 뒤에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연락 후에 빠릿빠릿하게 월급이 들어오더라도, 노동부에 부당해고 관련 진정서를 제출하려 한다. 회사에서 알바몬에 올려놓은 구직 페이지도 캡쳐해두었다. 진정이 받아들여지든 어쨌든 일단 해 보는 거다. 내가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더 줄여야 한다.

  너희들은 평생 그렇게 살겠지. 돈 한 푼이라도 아껴서 가계에 보태려는 평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 목덜미에 붙어서 생피를 쪽쪽 빨다가, 숙주가 조금씩 말라 비틀어져 갈 때쯤 다른 숙주로 갈아타겠지.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두 달 쓰고 갈아치운 알바생에게 줄 급여가 아까워 입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급여일마다 회사에 전화가 폭주하는 이유가 있었어. 정말이지 한심하고 역겨운 버러지들.

  난 너희들처럼은 안 살아. 너도 사회의 공범이 될 거라고, 타의로 똥물을 먹게 될 거라고, 진흙탕에서 같이 구르면 너라고 별 수 있겠느냐고 남들이 아무리 비아냥대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면서 살지는 않을 거야. 양심을 팔면서까지 구차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 난 우리 엄마 딸이야. 우리 엄마는 당신이나 우리 자매에게 한 점 부끄럼 없이, 하루 열두시간 넘게 일해서 여자 혼자 몸으로도 자식을 둘이나 길러냈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야. 아내가 있고 어린 딸이 있는데도 사람들한테 사기나 치는 당신들 같은 족속과는 차원이 달라.

  너희는 그렇게 빈대처럼 남의 피나 빨다가 남의 손바닥에 맞아죽도록 해.

  난 해충이 아니야. 난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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