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laid off.

  "우리가 내일부터는 외부에서 DB를 사 오기로 했거든? 그래서 이제는 아르바이트생이 필요없을 것 같다. 미리 얘기했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그렇게 됐네. 내일부터는 안 나와도 돼."

  누굴 바보로 아니? 내가 알바 잘리고 나서 바로 알바몬 뒤져서 다른 사무보조 알바 구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니? 알바몬 구인 페이지 뒤지는데, 내가 잘린 바로 그 날 구인공고가 올라온 걸 보니까, 저혈압인 주제에 뒷목 잡고 숨 넘어가는 소리 내고 싶어지더라. 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니? 그냥 내가 너희들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돈도 적게 받는 데다가 애사심도 없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할' 알바생이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닐까봐 무서워서, 그래서 일찍 잘랐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니? 손발 오그라들어 죽겠네. 사람이 양심이 좀 있어 봐라. 하긴, 양심이 있으면 효과도 없는 전기 절감기 팔아서, 전기요금 한푼이라도 아껴서 가계에 보태려는 사람들 등쳐먹으면서 돈 벌어먹겠니?

  점심 즈음에, 같이 일하던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이사가 이런 말을 했단다.

  "ㅁㅁ아, 네가 ㅇㅇ이랑 친해서 좀 기분이 그렇겠지만, 원래 알바생은 몇 달에 한 번씩 이런 식으로 로테이션하고 그러는 거야."

  어이가 가출해서 새끼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제야 아귀가 척척 맞아들어간다. 내가 웹서핑을 해도 가만히 있고,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나한테 굳이 가까이 와서 농담 따먹기를 하던 사장이 갑자기 돌변해서 소리를 지른 건, 그냥 내가 제발로 걸어나가도록 하기 위한 수작이었던 게다. 두 달밖에 일하지 않았다는 그 전 알바생에게도 그랬겠지. 내가 안 나가고 버티고 있으니 이사더러 날 자르라고 시켰겠지. 이럴 거면 그 날 지랄하지나 말지. 차라리 일주일 있다가 그만두라고 얘기를 하지.

  보통 다른 회사에서 장기 근무자를 우대하는 것을 봤을 때, 별 탈 없이 일 잘 하는 알바생을 굳이 두 달에 한 번씩 갈아치운다는 건 어떻게 봐도 이상하다. 알바생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감을 잡을 즈음에 자르는 것이다. 뒤가 구리지 않으면 그럴 이유가 없다. 알바생이든 정직원이든, 분명히 해고 통보는 한 달 전에 미리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일 구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그만두게 하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 난 알바생이라 근로계약서도 없고, 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없다. 일주일 새에 인생 공부 한 번 지저분하게 하는구나. 난 정말 곱게 자란 모양이다. 그나마 딱 하나 고마운 게 있다면, 수상해 보이는 회사를 거를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 정도이려나.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잘 안 된다. 다행히 이력서 넣은 곳 중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집에 있으면서 비참한 기분에 빠져서 벽지 무늬나 세는 건 싫으니 빨리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영어회화 :

  나 "I was laid off yesterday. My boss kicked me out."
  Aron "They laid off? Or fired?"
  나 "Laid off. I didn't make any mistake."
  Aron "Why did they kick you out?"
  나 "Maybe they think I know too much about them."
  Aron "So, how did you feel?"
  나 "Uh... Just... embarrassed? And I was so angry about that, but I don't care anymore."

  되는 대로 지껄였던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서 대충 옮겨 적어 보았다. 적어도 이 때까지는 기분이 썩 덤덤했었다. 문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슬슬 약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약 먹은 지 30분만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수면유도제가 맞는 것 같다. 얼른 마무리하고 잠이나 자야지. 내일 2시에 면접 보러 간다. 힘내자! 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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