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도서관은 집에서 너무 멀다. 버스를 타고 3분을 간 뒤, 내려서 20분 넘게 언덕을 올라야 한다. 작년에 과제하느라 한 번 갔는데, 언덕배기에 질려서 바로 발길을 끊었다. 그 때에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구립 도서관에 갈 이유도 없었다. 당연히 구립 도서관보다는 학교 도서관에 책이 더 많기 때문이다. 뭐, 그 때에도 딱히 전공서적 외의 책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휴학을 하고 나니 온갖 책들과 의절하기 직전이다. 다이어리에 "2010년 목표는 다독!"이라고 적어 놓은 주제에, 4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까지 읽은 책이 열 권도 안 된다. 나 자신에게 창피해서 미치겠다.

  주말에 공부든 뭐든 하려고 빵집을 그만두었다. 신입 알바생에게 인수인계만 끝내고 나면 주말에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한자 자격증 공부도 하고 책도 좀 읽어야지. 주말에는 피곤에 쩔어서 하루 12시간씩 잠만 자고, 주중에는 마우스 붙잡고 반복 작업만 하려니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짜증이 폭발해서 학원 수업 시간에 영어로 뒷담화를 했다-_-; 평소에는 강사랑 독대하면 수줍어서 얘기도 제대로 못했던 주제에, 마치 방언이 터진 것처럼(..) 열심히 불만을 토로했더랬다. 회사에서 전기를 절약해주는 기계를 팔아요, 블라블라, 그런데 효과가 없어요, 블라블라,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블라블라, 사기를 돕는 것 같아서 죄책감을 느껴요, 기타 등등. 증오는 나의 힘, 배신하지 않을 나의 아군, 나의 주인, 나의 힘, 나는 자아를 잃은 증오의 하수인……. 아, 이건 아니고-_-;;;

  여하튼 지적 자극이 하나도 없는 삶에 짜증이 나서, 가지고 있던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충동구매했다. 문화상품권이 딱 2만원어치 있어서 초록불님의 신간을 사려고 했는데, 책 제목이랑 출판사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거지같은 기억력에 짜증을 내다가 책꽂이에 <우리 안의 파시즘>이 꽂혀 있길래 바로 집어들어서 계산했다. 첫장을 펴서 읽는데 반가움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건 정말 명언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정독해야지. 반갑다, 책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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