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요 며칠 그게 심해서 겁이 덜컥 났다.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병원에 다녀왔다. 불면에는 약효가 별로 듣지 않았지만, 그래도 약 먹고 며칠을 멍때렸더니 한결 나아진 듯하다. 일렉도 드럼도 베이스도 듣기 싫어서 편리왕만 주구장창 듣다가 벨 앤 세바스찬, 라디오헤드로 옮겨갔다. 생각보다 라디오헤드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The Bends>는 몇십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6집 이후의 자우림처럼 인위적인 우울함을 강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착 가라앉은 기분을 적당히 평온하게 만든다. <OK Computer>랑 <Pablo Honey>는 듣다 말았는데 이번 기회에 정주행해야겠다.

  2. 저번 주말에는 고맙게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바게트 손님도 하루에 한 명씩밖에 없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포스 앞에 서 있기도 귀찮아서, 카운터 구석에 파이프 의자를 펴고 나른하게 앉아 있었다. 의자 등받이로 고개를 젖히고 보는 가게 안의 풍경이 생경했다.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를 돌려 들었다. 무료한 시간. 열한시가 넘어서 온 손님은 세 명 정도였다. 종래에는 팔을 괴고 오른쪽 뺨을 팔꿈치에 파묻고 졸았다. 밖으로 나가 보렴, 여름이 한창이잖니. 달력은 4월인데 날씨는 2월인 와중에 노엘은 여름을 노래했다. 미안해요, 치프. 난 DM보다는 MG를 들을 때 가슴이 더 벅차오르는걸.

  3. 내가 열아홉 살 때도 나는 스무 살이 되고 싶진 않았어. 모두 다 무언가에 떠밀려 어른인 척 하기에 바쁜데 나는 개 나이로 세 살 반이야. 모르고 싶은 것이 더 많아. 아, 검정치마 정말 좋다.

  4.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음악 감상이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고민이라고 하기는 뭣하고, 좀 괴로워졌달까-_-; 좋은 음악을 제때 듣지 못한다는 것은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타부의 <월식>을 구하려고 온 동네 스트리밍 사이트를 뒤졌지만 구하지 못했을 때의 울분, 그리고 타부가 해체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뒷북만 죽어라 두드리던 때의 서러움. 그래서 월식 한 곡만 무한반복하고 있다. 다른 곡도 듣고 싶은데 EP앨범을 구할 길이 없다. 물욕이 이렇게 자극되는 건 또 오랜만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불독맨션을 너무 늦게 들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