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멋지게 포스에 꼴아박은 액수가 딱 저만큼이다. 신용카드로 계산한 품목을 그대로 놔뒀어야 하는데, 반품하고 현금 결제 처리해 버렸다. 생돈을 날린 건 억울하지만, 명백하게 내 실수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내 카드로 저만큼 채워 놓고 왔다. 요전에 선임 알바생들에게 일을 배울 때에도 돈이 빈 적이 몇 번 있다. 그 때에는 두 명이 같이 마감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이 덜했던 모양이다. 오늘처럼 속상하고 눈 앞이 하얘지지는 않았다. 홧김에 영수증을 찢어버릴까 하다가 그냥 고이 접어서 지갑에 모셔 두었다. 출근하기 전에 영수증을 노려보면서 덜렁대지 말자, 덜렁대지 말자, 덜렁대지 말자, 삼백 번 복창해야겠다.

  전화로 5분 정도 징징거린 다음에, 집에 오자마자 케이크 만들려고 쟁여 두었던 초콜렛을 꺼내 먹었다. 우울할 때에는 단 게 최고다. 이제 집에 있어도 케이크를 만들 것 같지는 않다. 원래 빵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빵이 있으면 먹는다는 식이었기 때문에, 주말마다 하루에 한두 개씩 빵을 먹으려니 물린다. 가끔 과자를 구울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까지 빵을 구워 먹고 싶지는 않다.

  우울하니까 내일은 샤랄라하게 꾸미고 출근해야겠다. 간만에 힐도 꺼내 신고. 아아, 출근하기 싫다. 사람 득시글한 신도림역에는 발도 들이기 싫어……. 당분간 평일에는 휴일이 없는데ㅠ_ㅠ 이 짓도 1년만 하면 끝이다, 하고 열심히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다. 복학 직전에 통장을 보면서, 그래도 휴일 없이 일을 한 보람이 있었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좋은데, 황금같은 주말에 그저 잠만 자면서 열두 시간 이상을 보내는 건 속쓰리다. 녹초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집으로 칼퇴근해서 운동이나 하고 기타나 만지면서 쉬어야겠다. 돈이 목표액 근처까지 얼추 모이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나서 gg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친구들은 죄다 외국에 나가고, 개강해서 자기네 학교로 내려가고, 심지어는 군대에 가 버렸다. 서울에 있는 건 거의 나 혼자이다. 만날 사람이 별로 없으니 돈 쓸 일도 조금은 줄겠구나. 외롭다고 여기지 말고, 닥치고 돈이나 모으자. 아자, 목표는 800만원!



   

   에라이, 남의 돈 벌어먹기 참 힘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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