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나는 어떻게 오아시스 빠순이(a.k.a. 리암빠)가 되었나?



  잠은 오는데 자고 싶지 않아서 적는 뻘글*^^*

  방송부에서 얼떨결에 팝송 파트를 맡았던 중학교 2학년 때, 린킨파크의 <Breaking the Habit>을 듣고 거의 컬처쇼크를 느꼈다. '락=그저 마냥 시끄럽고 귀 아픈 노래'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신세계가! 그 길로 바로 음반 매장에 달려가 2집 <Meteora>를 샀다. 외울 때까지 듣고 또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잠시 방황했었다. 중학교 3학년 졸업 즈음에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바로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오리지널 OST 앨범을 샀다. 이것도 외울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이 때 길을 조금만 달리 들었으면 락덕이 아니라 뮤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아닌 다른 작품들은 영 귀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뮤덕이 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친구 모씨의 인도로 라디오헤드를 들었고, 마룬5를 들었고, 오아시스를 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내 안의 오아시스는 "<Whatever> 듣기 좋네. 싸이에 걸어놔야겠다. 가사가 특히 마음에 드는데, 다른 노래까지 듣기는 귀찮ㅋ아ㅋ" 정도의 존재감밖에 없었건만, 2009년 7월 말 GD의 주옥같은 개드립 때문에 열받아서 <She's electric>을 찾아서 듣고, <Wonderwall>을 찾아서 듣고, <Don't look back in anger>를 찾아서 듣고……. 정신을 차려 보니 MG를 무한반복하며 갤러거 형제의 사진을 하드에 폭풍저장하는 내가 있었다. 모종의 장소에서 어둠의 루트로 구한 <There & Then>을 보면서는 거의 울 뻔했다. 왜 이런 밴드를 이제야 핥고 있는 것인가! 내한 두 번 다 왔다 갔는데 왜 이제서야!

  그리고 내가 오아시스를 핥은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 노엘이 오아시스를 탈퇴한다. 우와아아앙?!ㅋ

  머리털 나고 처음 팬질이라는 것을 하다가 맞이한 첫 시련이었다. 이 때에는 꼭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충격을 많이 받았다. 투피엠 팬들이 "재범아 돌아와!"를 외칠 때, 나는 "치프 돌아와!"를 외치며 모니터를 부여잡고 울었다. 뻥이다. 겁내 슬퍼하기는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_- 재생 목록에 있는 오아시스 노래 제목만 봐도 가슴이 아려서 한동안 오아시스 노래를 안 들었더랬다. 이건 진짜다. 한동안 실연의 상처(..)에 허덕이다가 재기하고 DM부터 정주행했다. 그러다가 갤러거 형제가 '앓고' 있는 비틀즈도 들어 보고, 비틀즈를 듣다 보니 왠지 퀸도 궁금하고, 오아시스가 그렇게 예뻐한다는 카사비안은 어떤 애들인가 싶고, 그 대단하다는 너바나도 한 번 들어 봐야 할 것 같고……. (이하 생략)

  이상이 내가 락덕질(이라고 쓰고 빠순질이라고 읽는다)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루트.

  락 입문은 린킨파크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락덕질에 발을 담그게 한 밴드는 오아시스이다. 갤러거 형제를 핥다 못해 앓고 있는데, 기가 막힌 것은 형제앓이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리암과 노엘을 며칠씩 번갈아가며 앓고 있다. 미칠 노릇이다. 이제는 그만 앓고 싶은데, 내 마음은 내 것인데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라임 쩐당!^o^) 당분간은 오아시스만큼 좋아할 수 있는 밴드를 못 찾을 것 같아서 그냥 계속 핥으려고 한다. 15년 동안의 자료를 다 파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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