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객 매너의 문제


  오프닝 공연부터 계속 뒤에서 밀치긴 했는데, 본 공연 시작하면서 헬게이트가 열렸다. 노엘이 It's good to be free와 Mucky fingers를 부를 때 전후좌우로 계속 밀리고 중심이 안 잡혀서 비틀거려야 했다. 사람들에게 짓눌려서 숨은 못 쉬겠고, 여기서 까딱 정신을 놓으면 흉한 꼴로 죽겠구나 싶은 경각심이 드는 바람에 간신히 기절은 안 하고 버텼다.


  혹여나 졸도했더라면 짓밟혀서 다리 하나가 부러지든 턱뼈가 나가든 했을 것 같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그랬을 것이다. 여기가 콘서트장인지 아프리카 물소떼 한가운데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십여 분 정도 <라이온 킹>에서 심바가 물소떼에 쫓길 때 느꼈을 법한 공포를 체험했다. 하지만 여긴 날 구해줄 무파사가 없었지. 너무 무서워서 "살려주세요!" 하고 소리질렀는데 주변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안하고 강친은 너무 멀리 있고 자꾸 사람들 바글바글한 수렁으로 끌려들어가는데 정말 무서웠다.


  내 뒤쪽에 있던 노란 티셔츠 입은 여자 관객이 기를 쓰고 빠져나가길래 나도 죽을 힘을 다해 같이 빠져나가서 비상구 옆으로 피신했다. 내가 나오자마자 바로 여자 한명이 숨을 못 쉬어서 헐떡대면서 강친한테 뽑혀 나 왔다. 공연 한 시간 반 동안 적어도 대여섯 명 이상은 탈진해서 실려나온 것 같다. 앞에서 밀지 말라고 악을 써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카메라 때문에 시야 확보도 안 됐다.


2. 돌아와요 오아시스


  노엘 솔로 앨범에서는 싱글로 선발매된 두 곡 빼고는 마음에 드는 노래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노엘이 오아시스 곡을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저절로 방언이 터져서 떼창이 되고 눈물도 같이 터졌다. Whatever를 듣고 오아시스 팬질을 시작했는데 공연에서 잘 부르지도 않는 Whatever를 부르길래 펑펑 울었다. Supersonic을 부를 때까지만 해도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고 참았는데 Whatever, Little by little, Don't look back in anger로 이어지는 3단 콤보에 완전히 무너졌다.


  노엘과 비교하면서 리암을 깎아내리는 노엘 팬들이 꼴도 보기 싫고 재결합하라는 사람들도 미웠는데 아무래도 그냥 인정해야겠다. 오아시스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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