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2년 2월 12일


  남들이 심즈 가지고 별별 배찢기는 막장드라마를 찍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오랜만에 심즈를 다시 잡았다. 그런데 찍으라는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꽤 리얼하고 빡치는 인생극장을 찍었다.


  여심 하나가 있었다. 꽤 공들여 만들었다. 비혼으로 살 때에는 애인(여자; 그것도 사내커플;)도 있고, 전화기 붙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떠는 절친도 있고, 승진도 꼬박꼬박 했다. 한 마디로 잘 나갔다.


  근데 결혼을 하고 나서, 정확히는 아이를 낳고 나서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결혼은 애인이 아니라 매일 와서 집안일해주던 남자 가정부와 했다. 둘이 맞벌이로 돈 꼬박꼬박 모아서 집 넓히고 드디어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 낳고부터 헬게이트 오픈ㅋㅋㅋㅋㅋㅋㅋ 출산휴가도 없고 보모도 없었으면 둘중 하나는 일을 그만둬야 될 퀄리팈ㅋㅋㅋㅋㅋㅋ


  애는 배고프고 졸리고 기저귀 더러워질때마다 울어대는데 불쌍한 여심은 애 보느라 녹초가 되어서 뻗어 자다가도 애가 울면 일어나서 어르고 달래고 기저귀 갈아주고 씻기고 우유 먹이고 그랬음. 남심은 퇴근하면 애 안 보고 지 밥 챙겨먹고 컴퓨터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 야이 개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모를 고용해도 별로 도움은 안 되었다. 오히려 여심과 보모의 사이가 엄청 안 좋았다. 첫 번째 보모가 맨날 여심한데 뭐라고 해서 울리길래 해고하고 다른 보모를 고용했더니 두 번째 보모도 똑같았다. 그 상황에서 승진을 하려야 할 수가 없고 친구도 못 만났다. 여심은 결혼 전 사귀던 애인과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육아에 올인했다. 자기계발이니 친목활동이니 스트레스를 풀 만한 취미생활이니 이딴건 다 개나줘랔ㅋㅋㅋㅋㅋㅋㅋ 하는 상황-_-


  여심이 멘붕하는 걸 보고 있기 괴로웠다. 산후우울증이 이래서 오는구나, 하고 심즈로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정작 씻기고 밥먹이고 온갖 뒷바라지하는 건 여심인데 남심은 애기랑 놀아주기만 하니까 오히려 애기는 여심보다 남심이랑 친밀도가 더 높았다. 여심은 육아와 직장을 악착같이 병행하느라 진작에 멘붕이 온 상황인데 남심 이 눈치도 없는 새끼는 애 하나 더 가지고 싶어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직장 관두고 임신하고 낳아서 애기 뒷바라지 다 할 거 아니면 좀 닥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어찌저찌 애가 지 몸은 지가 챙길 수 있는 초등학생까지 키워 놓은 상태인데 이 짓을 두 번은 못 하겠다 싶다. 가족계획보다는 자기계발에 더 관심이 많은 여심을 직장에 보내서 자아실현을 시키고 남심은 직장을 그만두게 할까 싶다.


2. 2013년 2월 6일


  올리비아 핫세 닮은 여심을 만들었다. 재밌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이 심으로 온 동네 남녀를 후리고 다닐 계획이었다.


  근데 집시 여자의 중매로 만난 남심과 며칠 동안 같은 집에 머물면서 즐거운 성생활;을 즐기다 덜컥 임신;을 했다. 그런데 이 남심이 며칠 지나니까 집을 나가서 어디론가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아이를 낳기도 전에 그냥 떠나 버렸다.


  여심은 혼자 입덧하다가 무려 딸 쌍둥이를 낳았다. 돈만 더럽게 많고 백수에 놀기 좋아하던 여심은 집에 틀어박혀 친구도 못 만나고 놀지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씻지도 못하고 딸 둘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급기야 점점 멘붕해서 툭하면 혼자 울기 시작하는데 보는 나도 같이 멘붕ㅠㅠ


  보모를 부를 수도 없었다. 여심은 직업이 없어 보모가 "당신에게는 내가 필요없겠는데요?" 운운하며 정기적으로 오길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기어다닐 나이가 되자 심신이 지쳐버린 여심은 육아에서 손을 거의 놓다시피 하고 생명유지에만 전념했다. 진짜 말 그대로 생명유지. 먹고 자고 싸고 씻기. 그런데 컨디션은 도통 회복이 안 되고 애들은 빽빽 울었다.


  결국 며칠 있다가 복지국 직원이 아이들을 데려갔다. 아이들이 떠난 뒤 여심은 밥 먹다가도 울고 자다가도 울었다. 결론은 두 개다. 피임은 제대로 하고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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