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방에 행거를 설치하기 전에 보았던 그 거미랑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곤충, 절지동물, 그 외 온갖 벌레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몸통이 작고 다리 8개가 모두 가느다란 벌레는 모두 비슷하게 보일 테지만 왠지 그래 보였다.

 

  세수를 하다 얼굴을 들어올렸을 때 거미는 선반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기겁해서 입김을 훅 불자 거미도 똑같이 기겁을 하고 선반으로 올라갔다. 계속 입김을 불어 거미를 선반 반대쪽으로 밀어냈다. 물을 뿌릴까 하다 그만두었다. 거미를 죽이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미신이 떠올라 찜찜했다.

 

  그러다 문득 거미가 불쌍해졌다. 만일 저 거미가 동생 방에서 보았던 그 거미가 맞다면, 저 거미는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집안을 돌아다니다 화장실에까지 들어오게 됐을 테고, 결국 굶어죽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거미보다 몇천, 몇만 배는 더 크다. 무서워한다면 저 거미가 나를 무서워해야지, 내가 호들갑을 떠는 것도 미안한 일인 것 같았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끝내자 거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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