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유치원과 최효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최효종이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운운하며 국회의원 일반을 디스할 때까지만 해도 사마귀유치원의 정치 풍자는 이전에 개그콘서트에서 시도했던 무수한 정치 풍자보다 날카롭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랬던 것이 정치인이나 공인을 구체적으로 저격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강용석의 공이 2할 정도 작용했다고 보인다. (강용석을 광대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혐오 분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용하며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똑똑한 정치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 글과는 다른 이야기.) 물론 나머지 8할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점점 인기를 잃어가는 분위기라고는 해도,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고소 사태에 어이없어하며 최효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꺼내 든 ‘고소’라는 초강수에 움츠러들지 않고 강용석을 맞디스할 수 있었던 최효종의 배짱이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효종은 사마귀유치원에서 김문수 도지사에게 디스를 걸었다. 미숙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최효종은 무대에서 개그를 하는 대신 훈계를 했고,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대신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몸을 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용석은 죽은 권력이지만 도지사는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리라고 막연히 추측했고, 그래서 아쉬웠다. 하지만 윤성호 감독의 트윗을 보고 마음을 바꿔 먹기로 했다.

 

멘트 자체야 제도권 바깥의 해학보다 덜 예리할 수 있지만 저 개인의 입이 이 시간대 저 채널에서 칠링이펙트를 극복하기까지의 지난함이 상상가능. 게다가 행복전도사때부터 계급을 농담거리로 키워온 저이는 영화판 등의 상징자본곳간도 없이 저기가 본 직장
개그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그에게는 조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호한 정치혐오를 건드리며 허무한 공감만을 이끌어내지 않고 가장 핫한 이슈 자체를 건드리며 살살 긁는 정치 풍자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그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조금 미안한 일이다.

 

  최효종은 지난해 연예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내 생각보다 KBS는 마음 씀씀이가 넓었다. KBS는 정권의 하수인이며 MBC만이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방송이라고 여겨지고 SBS는 완전히 논외였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요즘 와서는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최효종이 이 바람을 타고 좀 더 진득한 생활밀착형 개그를 선보일 수 있기를, 주류 문화와 서브컬쳐 사이에 존재하는 날카로운 풍자의 벽을 허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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