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은 내가 아닌 내 것이지만 정신은 뇌(몸)의 산물일 뿐이라는 해석,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주장이 마음에 든다. 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윤회나 사후세계는 믿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도 인간이라면 그것만큼 끔찍한 것은 없으리라. '나'라는 개별자로서의 인간에게 주어진 삶은 딱 한 번이다. 그 삶을 고통으로 채우기보다는 행복으로 수놓으려 노력하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내게 이익이 되는, 똑똑한 행동일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내 삶의 행복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사랑도, 공부도, 놀이도, 일도, 정치도.

  그렇기 때문에, 후일의 행복을 볼모로 잡은 채 현재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수사,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고자 발버둥치는 나의 노력을 거저먹고 착취하려 드는 모든 시도를 증오한다. 무급인턴이 되었든, 행정인턴이 되었든. 난 아픈 청춘이 아닌 행복한 청춘을 살기를 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랄한다. 내 청춘의 의미는 내가 규정할 거다. 이것들이 어디서 약을 팔아.

2.

  스티브 잡스 사후 그의 처절했던 삶의 이력을 칭송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는 그의 삶에서 개인의 피나는 노력을 읽고, 다른 이는 패배자에게도 부와 명예를 안겨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읽어내는 게 재미있다.

  난 장학금(내지 보조금)을 못 받았더라면 대학에 아예 진학을 못 했거나, 간신히 입학했더라도 인턴이나 교지 활동은 꿈도 못 꾸고 등록금만 벌어야 했을 것이기 때문에 후자를 적극 지지한다. 내게 원대한 야망과 비전이 있어봤자 돈이 없으면 꿈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삶이 몹시 비참해질텐데 무슨 소용인가. 알바에게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 쌔고 쌨다. 아니, 애초에 최저임금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서울 시내에서 커피 한 잔 사마실 수 없는, 제대로 된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하는 돈이나마 감사히 받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뻔뻔스럽게 주경야독을 권할 텐가?

  사정이 이러할진대 개인의 불행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치부하는 것은 잔인하고 멍청한 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