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요금제 등록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 상담원과 통화하는 날이 일 년에 하루도 안 될 텐데 오늘은 세 번이나 통화했다. 불필요하게 신경써야 할 일이 늘어서 머리가 아팠다.

  KT에서는 상담원이 일부러 저자세를 취하게끔 유도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요금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불쾌한 와중에, 상담원은 면대면이었다면 무릎까지 꿇었을 것 같을 정도로 저자세로 나왔다. 기분이 더 나빠졌다. 이번 건은 분명 상담원의 일처리가 미숙했던 부분이 있으니 당연히 항의할 수 있고, 의문 나는 부분을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기분이 나쁘다'로 표현할 수 없는, 몹시 미묘한 기분을 아까부터 쭉 느끼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에게 과도한 '서비스'를 하느라 가슴이 너덜너덜해질 상담원에 대한 연민,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한 짜증, 화가 나지만 차마 상담원에게 화를 낼 수 없는 난처함이 뒤섞였다. 다 녹아버려 엉망이 된 팥빙수를 보는 것 같다.

  KT의 상담원 정책이 고객의 입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면 성공적이라고 평하겠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자존감이 뭉터기로 깎여나가는 기분을 느낄 상담원들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줄까? 아무래도 고객과 상담원이 아닌 KT라는 기업에만 득이 되는 정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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