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계를 냈다.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되자마자 메일을 보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서는 소수자 관련 내용이 삭제되고, 진보신당은 의석 달랑 하나 있는 사회주의 동호회로 머물다가 자멸하는 길을 택했다. 우울했다.

  루소가 비아냥거렸던 것처럼 주인으로 행세하는 날이 몇년에 단 한 번 투표일뿐인 사태를 피하려면, 평소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정치참여를 해야 할 것이다. 투표는 의사 표현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일 뿐이다. 헌데 탈당하고 나니 의욕을 상실해버렸다. 신문조차도 읽고 싶지 않다. 유권자로서의 삶─이라고 해봤자 몇년 되지 않지만─을 진보신당 당적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당적 없이 사는 게 허전하다. 차고 넘치는 페이퍼당원 중 하나였을 뿐인데, 내가 당원이라는 사실이 정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데 은근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핑계지만.

  진보신당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고 사회당에 기웃거리는 건 자가당착이다. 내 생각에 사회당은 제대로 된 정당도 아니고 그냥 사회주의 동호회이다. 사회당에 입당할 거였으면 진보신당에 계속 남아 있었을 것이다. 정당이라면 당연히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해야 할 텐데, 근본주의에 빠져 허덕대는 꼴을 한 달에 5천원씩 내면서 보고 있기 힘들어서 탈당한 의미가 없다. 진보신당은 사회주의 근본주의자 집단이지만 그렇다고 몇백년 전 가톨릭에 진저리를 치면서 뛰쳐나온 개신교도들처럼 세력을 무한대로 확장한 것도 아니다. 여러모로 갑갑하다.
 
  황광우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진보정당이 2020년 안에 집권할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한 걸까.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죽을 때까지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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