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교도소에서 진행된 인문학 강의에 다녀왔다. 강의를 들었다기보다는 교도소 구경을 하러 갔다.

  교도소 안에는 온통 남자밖에 없다. 재소자와 교도관은 모두 남자이다.(여성 인력도 있긴 하지만 주로 사무직을 맡고, 움직이는 일도 없다.) 그래서 교도소를 방문하는 방문자(중에서도 특히 여자)가 교도소 내에서 이동하려면 교도관이 한 명씩 꼭 붙어다녀야 한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교도소가 9월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교도관 인력이 예전보다 줄어 있다. 방문자를 보살피는 데 많은 인원을 할애할 수 없는 것이다. 교도소에서 여성 방문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는 이유. 강의 전체를 책임지는 간사님 말고 다른 사람(인턴과 실습생)은 수료식이 진행되는 마지막날에 겨우 하루 다녀올 수 있었다.

  '교도소'는 재소자들을 교화해서 사회에 내보내는 시설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일텐데, 재소자들은 여전히 교화가 아닌 통제의 대상인 듯하다. 제소자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 외부 환경이 교도소에 유입되는 걸 그닥 반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부 물품을 들이는 데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교도관 마음이다. 파리바게뜨 빵은 되는데 던킨도너츠는 안되고, 던킨이 되면 크리스피크림은 안 되고, 뭐 이런 식이다.

  같이 간 동기는 재미있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기대했던 데 비해서 별로 인상적인 체험은 아니었다. 교도관들이 신경을 덜 쓰게 하려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바짝 긴장해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신적으로 탈진해 버렸다. 사실 좀 불쾌하기도 했다. 모두 여자인 실습생과 인턴들의 위치는, 절대적인 수가 적다는 의미에서 절절하게 소수자였다. 강사가 던지는 성적인 비유나 농담(주로 불쾌한 종류의 것들)도 그렇고, 다과 만들고 서빙하는 기분이 썩 편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재소자들이 날 끈적한 시선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게 더 싫었다. 나름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인권단체 인턴인 주제에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지만, 교도소에 간다고 애인에게 말했을 때 "강제로 금욕하는 사람들이 젊은 여자랑 접촉한다는 건, 배가 고픈 사람들 앞에서 먹을 거 흔들면서 약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라는 소리를 듣고 나자 덜컥 겁을 먹고 말았다. 그래서 미리 주의받은대로 최대한 보수적이고 찐따같은 복장을 하고 갔다. 그나마 경제사범(벌금을 내지 못하고 노역하는 재소자들)이라 곧 출소할 사람들이 많아서 일반인이랑 비슷하니 망정이지, 예전 인권교육에는 수강생의 1/3이 성범죄자였다고 한다. 예전이랑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교도소 가는 걸 썩 반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피곤하다. 퇴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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