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20~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길을 40분 넘게 걸려서 갔다. 기자회견 시간에 늦을지도 모른다는 초조함과, 땡볕 아래서 40분을 걸으면서 쌓인 피로가 엉망으로 뒤섞인 상태였다. 기자회견장에 도착해서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수첩에 폭풍 받아쓰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기자회견장 안에서는 자꾸 아이가 종알대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는 누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왈칵 짜증이 났다. 피곤한 와중에 귀를 곤두세우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기자회견 참석자가 딱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면, 화낼 일이 아니라 안쓰러워할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자회견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바로 청와대가 보였다. 기자회견실에서는 크고 예쁘게 보였는데 사진에는 잘 안 나왔다. 언제 이런 각도에서 서울 도심을 보겠는가 싶어서,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창가로 달려가서 사진을 찍었다. 왠지 촌스러워 보여서 뻘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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