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자기연민에 빠져 뜬눈으로 지새운 밤은 천둥소리 때문에 몹시 요란했다. 티슈곽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날 뒤덮은 모든 종류의 열등감이 보잘것없는 계기로 폭발해서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휴지가 잔뜩 쌓이도록 울고 나니 기분은 한층 개운해졌다는 것. 배가 고플 정도다. 아르바이트를 구해야겠다. 너는 뭐가 그리 당당하고 또 억울해서 네 인생을 연민하고 있었냐는 내 안의 물음에 자신있게 답하기 위해서. (2011.6.1)

  개드립이 부족하다. 트위터에서 주로 구독하는 계정은 빨갱이나 페미니스트들이 대부분인데,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화나는 일을 몇 번씩이나 알게 된다. 유성기업에서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나는 개다-라는 말을 복창시킨다거나, 동기 여학생을 성폭행한 고대 의대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처벌 수위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거나, 서울대에서 학생들이 본관 점거를 풀 때까지 청소노동자들과 근로장학생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거나, 기타 등등. 분노는 단발적인 동기부여를 제공하지만 절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심신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엔 분노해야 마땅한 일이 너무 많고, 일일이 화를 내다 보니 힘들고 피곤해져서 도피하고 싶어진다. 너무 진지하게만 살았다. 그래서 정제된 이야기만 쓰기로 마음먹었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방치하고 있다. 개드립이 치고 싶다. 절대 죽지 않는 산맥은 안데스산맥! 뭐 이런 거. (2011.6.4)

  '청순가련미소녀'가 되고 싶었는데 '하늘+님'에서 ㄹ이 자연스럽게 탈락하여 '하느님'이 되듯 '청순'과 '미소녀'는 엿바꿔먹은 채로 나날이 가련해지고만 있다. 밥 잘 먹고 나와서 지하철에서 난데없는 현기증에 시달리는 기분이 꽤 묘했다. 한심하기도 하고. 종강하면 꼭 헬스 시작해야지. (2011.6.9)

  나는 왜 이렇게 찌질할까, 하고 자학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의 찌질함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 안의 저열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더 친해보이면 질투나고, 애인 옆에 다른 여자들은 얼씬도 안 했으면 좋겠고,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서 은근히 나를 추어올리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사소한 불행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기타 등등. 나 자신이 치졸해질 수 있는 면죄부를 은근히 주는 건 아닌가 싶지만 적어도 예전보다 마음은 편하니까 더 낫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예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와 마음가짐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2011.6.11)

  개성 넘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 혼자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 같아서 내 개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아마도 2004년. 이제 무엇인가 '빨간' 화제거리가 생기면 다들 내 생각을 한단다. 본의 아니게 7년 전의 다짐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 화제거리가 던져졌을 때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1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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