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자질을 잘난 '가창력'으로만 평가하며, 이런 가수들의 노래'까지' 들을 줄 아는 나는 시대를 앞서가는 트렌드세터니 어쩌니 으스대는 건 딱 중학생 마인드다. 아이돌을 까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각종 락밴드의 빠돌이/빠순이들이 가장 극성스러운 나이. 미약한 자존감을 외부에서 끌어다 채우려는 수작이 너무 빤히 보여서 그냥 귀엽다. 음악에 관심이 있고 음악감상을 취미로 삼는 것이 개인의 개성을 이루는 한 부분이 될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일개인을 '높여주고' 남들과 '차별화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자신의 자아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노래가 좋고 나쁘고를 평가할 수는 있다. 그 정도는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이고, 어떤 노래의 호불호를 말하는 것에 대고 동의하거나 반대할 수는 있지만 취향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어떤 노래를 듣는 사람을 깎아내리고 비웃기 시작하는 순간, 남의 취향을 비웃는 사람에게 똥멍청이의 낙인을 즐겁게 찍어 줄 용의가 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이거 모르니?

  브라운아이드 소울이 컴백한다는 기사에 달린 베플이 이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이게 진짜 노래지!" 대체 '진짜 노래'와 '가짜 노래'를 구분하는 기준이란 건 뭘까. 그런데 슬프게도 이제는 <나는 가수다>라는 그럴듯한 평가 기준이 하나 생겨 버렸다. 넬이나 십센치를 들으며 자신의 취향이 이렇게 고급하다고 으스대던 똥멍청이들은 이제 이소라의 넘버원을 들으며 우월감을 폭발시킨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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