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후로는 누굴 의식해서 인터넷상에 글을 쓰거나 안 쓰지 않는데, 트위터 팔로워 중에 서태지 팬인 친구가 하나 있어서 부득이하게 여기다가 쓴다. 솔직히 귀찮다. 내 대나무숲에 내 마음대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느니, 오늘 저녁으로는 뭘 먹을 거라느니 하고 싶은데 보는 사람 의식해서 그러지도 못한다는 게. 나는 스캔들이 터졌을 때 그 친구에게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고, 그 친구가 스캔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하든 반응하지 않으면서 내 나름대로 배려를 하고 있었는데. 아휴, 불편해라. 뭐, 굳이 그 친구도 볼 수 있는 곳에 그 친구를 겨냥한─듯한─ 글을 써서 트러블을 자초할 필요는 없겠지.

  정치권에서 연예인들의 마약, 연애 스캔들 따위를 키핑해 두었다가 시기적절하게 빵 터뜨린다는 사실은 거의 공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영화 <부당거래> 말미에서도 살짝 언급됐었지. 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포털 사이트 메인이 온통 서태지-이지아로 도배되어 있어서 다른 뉴스거리가 가려지는 상황은 분명히 기형적이다.

  다르게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물론 기득권층과 결탁한 주요 일간지 등에서는 정치적 현안에서 시선을 돌리고 자극적인 스캔들을 보도록 독자들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릭수를 높여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황색언론도 집권당과 정부를 비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캔들 기사를 내보낼까? 난 아니라고 보는데. 그리고 주요 일간지에서 단순히 정부를 비호하려고 스캔들 기사를 부풀리는 걸까? 주요 일간지든 아니든, 요즘 언론의 생태는 대충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끌어 독자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

  이러한 종류의 음모론은 아무데나 갖다붙일 수 있다. 장동건-고소영 열애설이 터졌을 때에도 박정희가 일본군이라는 사실이 사료를 통해 밝혀졌는데, 이걸 덮으려는 악의 무리가 열애설을 터뜨린 거라는 소리가 있었지. 그런데 정부와 기득권층이 정말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스캔들을 흘려서 국민들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면, 왜 그 능력으로 국민들을 직접 통제하려 들지 않을까? 막나가려고 들면 그럴 수도 있을텐데. 참 대단한 빅 브라더 나셨다, 그쵸?

  진실을 찾기 위해서나 가장 적절한 태도를 취하기 위해서 회의하는 것, 물론 좋지. 자극적인 뉴스에만 귀 기울이지 않고 생활에 밀착한 소식을 더 가까이 접하려는 태도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되도 않은 것들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를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든다. 까놓고 말해서 아무것도 안 믿고 그냥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거잖아. 팩트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지아가 06년도에 이혼하고 07년도에 데뷔해서 위자료 청구소송을 했으니 꽃뱀이 확실하다고 하는 건 좀 당황스럽다. 타블로 일을 벌써 잊었나?

  더군다나 음모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머리가 비었다느니 언론과 정부에 놀아난다느니 하면서 거품을 무는 치들의 광태를 감내하는 것도 몹시 피곤하다. 어차피 시사 현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옆에서 난리를 쳐 봤자 뉴스 안 본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스캔들이 거하게 터지건 말건 알아서 뉴스 챙겨 보겠지. 왜 만물을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하지? 막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내가 어떤 소식에 관심을 가지든 내 마음이다. 남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서 골빈 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원.

  써놓고 나니까 방문자 열 명도 안 되는 블로그에도 팬덤 고나리 들어올까봐 좀 무섭네. 하나님의 교회 까는 포스팅에는 광신도들이 몰려와서 거품 물고 고나리하던데. 팬덤은 뭐랄까, 종교같은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