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언니가 S에게는 '도구적 이성의 노예', 내게는 '파토스의 노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자존감이 부족한 나는 나를 규정하는 적확한 단어가 생겼다는 게 재미있고 좋아서 저 별명을 좋아하기로 했다. 트위터 바이오도 이렇게 바꾸었다. "Feminist. 정념의 노예. 취업 걱정에 비굴해지는 대학생. 철딱서니없음. 좀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음악보단 엄마 말을 들어야 하는 스물두살." 그런데 S언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날 보며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 모양이다. 애인이랑 내가 둘 다 플레이톡을 하던 시절, 애인은 내가 플톡에 감정을 거르지 않고 쉴새없이 쏟아내는 것을 몹시 재미있어했다고 한다. 어제인가 그제인가는 편집실에서 수습위원들을 받고 있던 E언니가 내게 말했다. "D랑 너랑 글 쓰는 게 비슷해. 박력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블로그에 여태까지 쓴 글을 쭉 훑어보아도 차분하고 논리적인 글은 별로 없다. 이 블로그를 트위터(대나무밭)나 싸이월드(일기장) 따위와는 다른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행간에서 감정을 소거해서 내 생각만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잘 안 된다. 나는 매일매일이 새벽 2시인가보다. 감정적이다 못해 아주 감정이 흘러넘친다.

  "자기는 확실히 감성적이라는 말보다는 감정적이라는 말이 어울려요."
  "왜요? 감성적인 사람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시를 짓지만, 감정적인 사람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울어버리니까?"

  괜찮은 지적이라는 말에 괜히 으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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