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이 또 병신짓을 했다. '똥꼬치마' 입고 다니는 여자들에 쏟아붓던 저열한 비난, 인디음악을 향유하는 여성 인구에 대한 몰지각한 이해에 이어, 이번에는 자신이 학창시절 성추행한 여자 선생님의 이야기를 무용담 삼아 낄낄거렸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만큼이나 그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아니, 사실 뒤쪽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겨레 기자라는 인간은 말 잘못했다가 묻히겠다고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며 호들갑이고, 자타칭 '파워 트위터러'들이 이 일에 대해 한 마디 성토하는 꼴을 못 봤다. 하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만한 사고방식을가진 사람이라야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 저런 데 문제의식을 느낄 사람이라면 게토 안에서 지인들과 분개하고만 있거나 멍청이들에게 열심히 블록당했겠지. 이외수나 고재열 같은 인간들이 '현자'와 '바른 언론인'으로 추앙받는 곳에 뭘 기대하겠어.

  정작 잘못한 고재열은 뻔뻔스럽게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feat. DJ DOC)"를 외치고 있는데 애먼 사람들만 자기반성을 한다. 타임라인을 보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트위터는 작은 섬이고 내가 보고 싶은 글만 볼 수 있는 안락한 안방인데 그 사실을 자꾸 잊는다. 세상에는 상식적인 사람보다 비상식적인 사람이 훨씬 많은데. 트위터 정도나 되니까 병신 헛소리가 문자화되어서 타박을 당할 수 있는 거지, 고재열보다 멍청하고 비뚤어진 여성관을 가진 남자들이 넘쳐나는데 거기다 대고 찍소리라도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나도 몇 번이나 당하지 않았던가.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던 병신같은 이사새끼. 기타 가르쳐준답시고 날 앉혀놓고 무릎을 만지고 팔뚝을 쓰다듬던 복학생 개새끼.

  영향력있는 자칭 진보 인사들이 비뚤어진 여성관을 아무렇지도 않게 피력하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할 때마다 분노가 차올라서, "나도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라는 말을 뱉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금방 부끄러워진다. 페미니즘의 의의는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를 해체하고,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인간을 평등한 선상에 놓고자 하는 것이 아니던가. 남성을 권력의 옥좌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여성과 소수자를 대신 앉히려는 것이 아니다. "나도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 같은 생각은 결국 또 다른 불평등과 차별을 재생산할 뿐인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결국은 나도 특권을 누리고 싶어하는 범인인 모양이다. 혁명을 원하는 인간은 기득권을 끌어내리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한다는데 나도 예외는 아닌가보지. 내가 원하는 세상은 이갈리아의 딸들 같은 세상은 아니니까.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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