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수적이라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제 트위터를 하다가 기함했었다. 그리고 내가 보수적인 인간일 가능성에 대해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른 게 아니라 성적으로. 본래 성적인 이야기를 가감 없이, 에두르지 않고 표현하는 블로그를 좋아해서 몇 군데 구독하고 있다. 러셀의 기차놀이 비유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성적인 이야기를 병적으로 터부시하기보다는 공론화하는 편이 이런저런 사회적 부작용을 막는 데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트위터로 세컨계정을 개설해서 멘션을 주고받으며 '컴섹' 따위를 하는 인간들을 보고 그렇게 놀랐을까. 자칭 미성년자도 있었고, 프로필 사진에 정액 묻은 휴지로밖에 안 보이는 물체의 사진을 걸어 놓은 남자도 있었다.(한참 들여다보다 그게 뭔지 깨닫자마자 수사적으로가 아니라 산문적으로 토할 뻔했다.) 더 싫었던 건, "여자의 오르가즘을 위해!" 운운하며 여자의 욕망을 진솔하게 직시하는 척하는 바보 마초들이 널려 있었다는 것. 좀 솔직해지면 좋겠다. 그냥 자기가 여자랑 자고 싶을 뿐이잖아.

  그네들이 왜 가만히 있는 우리에게 시비냐고 항의하면 할 말은 없다. 다들 세컨계정을 개설해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만 놀고 있었고, 본계정으로 Follow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었다. 누군가 '불같은 섹드립'을 치는 트윗들만 모아 RT하는 계정이 있음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를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바꿔 말하면,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든 누구나 그 계정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사용자가 계정에 프로텍트를 걸어 놓은 것도 아니라서 내가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면 한 마디 할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사실 별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방종으로 보였지.

  어떻게든 내 기분을 표현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포스팅하기 시작했는데, 글을 쓰면 쓸수록 자가당착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혼란스럽다. 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를 구독하는 것과 트위터로 보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길래 전자는 괜찮아도 후자는 안 괜찮은 걸까. 정리가 안 된다.

  가치판단의 문제를 떠나서 이번 일이 왜 이렇게 충격적일까 가만 생각해보니, 다들 트위터의 대체 언론으로서의 기능에만 주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시각에는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내가 기껏 생각한 다른 기능이라고는 지인들 사이의 공개 채팅방 정도였다. 저런 용도로 사용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뭐, 사실 트위터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몹시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버디버디나 세이클럽이나 랜덤채팅도 지금에 와서는 성매매의 온상으로 변해 버리지 않았는가. 트위터라고 해서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뭘 또 새삼스럽게 결벽적으로 굴면서 놀랐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가 싶다. 마음에 안 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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