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예정이 없던 택배 하나를 받았다. 송장에 머그컵이라고 써 있었다. 작년 초쯤에 천원 내고 원하는 그림을 박을 수 있었던 머그컵을 신청했는데, 정작 온 건 다른 그림이 박힌 컵이었다. 그 때 받았어야 할 내 컵이 이제야 왔나 했는데 아니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서 보낸 컵이었다. 얼마 전부터 한 달에 오천원씩 후원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보낸 모양이다. 물론 고맙긴 했지만 걱정스러움부터 느꼈다. 진보 성향 매체가 인적 자원과 금전 부족에 시달리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한 달에 몇만원씩 후원하는 것도 아니고 달랑 오천원 후원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예쁜 선물을 보내다니. 이 컵은 얼마 정도 할까? 설마 후원하는 사람이 정말 적어서 이렇게 후원자 각각에게 선물을 보낼 여력이 충분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컵 색깔도 예쁘고, 커피믹스를 한 봉지 타 먹으면 딱 좋게 작아서 엄마가 몹시 탐내신다. 한 달에 오천원씩 후원하는 건 난데 컵은 애먼 사람 손에 들어가게 됐다. 어차피 주문한 텀블러가 2주 있다가 도착하니 집에 살림살이 하나 보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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