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간증 포스팅 주의.

  3월 3일에 예약하니 3월 4일에 왔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집에 오자마자 손을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뜯었다. 택배 상자 옆에 붙은 지관통이 날 참 설레게 했다. 라이센스판을 사면 포스터를 주고, 수입반을 사면 DVD가 같이 들어 있다기에 그냥 둘 다 질렀다. 우리 오빠가 치프한테 참 좋은 걸 많이 배웠다. 그렇죠? 뭐, 프리티그린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니 앨범이라도 많이 팔아 주어야 한다. 게다가 장사도 잘 안 되는 나라에 팬들만 보고 내한하는 우리 오빠한테 답할 길이라고는 앨범 팔고 표 팔아주는 일밖에 더 있을까.


  포스터를 보자마자 "나의 태양 나의 아폴론 나의 아도니스 나의 엔디미온!!!!!"을 마음 속으로 수백 번쯤 외쳤다. 포스터가 구겨질까봐 조심조심 다루고 영수증과 함께 지관통에 도로 넣었다. 울엄마는 앤디가 제일 잘생겼다고 하시지만 내 눈에는 (나이가 든 티가 역력해도) 리암이 제일 아름다워 보인다.


  포장을 뜯지 않고 고이 모셔두고 싶었으나, 리핑을 해야 하므로 눈물을 머금고 포장지를 뜯었다. 내한 전까지 노래를 다 외우려면 열심히 들어야 한다. 케이스가 망가질까봐 조심해서 CD를 빼냈는데 뻑뻑해서 잘 안 빠진다.


  수입반 포장 비닐에 붙은 '19세미만 청취불가' 빨간 딱지가 아름답다. <Bring the Light>에서 신나게 뿨킹뿨킹하느라 그런가보다. 성년의 날에는 어른 되기 싫어서 울었는데(몹시 찌질하다), 이걸 보니 괜히 성인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인생의 묘미.


  3월 8일에 티켓팅을 한다. 놓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무리 불만스러워해도 사람들은 비디아이를 오아시스 아류작쯤으로 보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 좀 더 거칠게 말하면, 노엘이 탈퇴하고 난 오아시스의 떨거지들이 뭔가 해보겠다고 뭉친 밴드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다. 네이버에 '오아시스'를 검색하면 인물 정보에 '비디아이'가 뜨고, 라이센스판 포장지에는 '오아시스 제2막이 열리다'라고 쓰인 딱지가 붙어 있다. 비디아이의 멤버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 중 하나의 멤버들이었으니, 이전의 경력이 앞으로의 길을 평생 따라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오아시스고, 비디아이는 비디아이이다. 모두들 부디 부당한 오해가 섞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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