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 3집을 재미있게 들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꼰대처럼 구는 인간들에 대한 한결같은 적개심, 멍청한 속물들에 대한 경멸, 적나라한 비아냥, 다 좋았다.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는 것만 아쉽다.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나와 남자가 많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남자가 많은 학과에서 공부하더라도 내가 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남자인 친구들과 아무리 친하게 잘 놀더라도 우리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있다.

  요컨대 사회적으로 길러진 내 여성적 자아, 혹은 여성으로 살면서 경험한 것들만으로는 노래에 공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뮤지션의 역량이 아무리 출중하다 한들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안사랑한다>에서도 "여직원은 1차에 빠짐없이 집에 가지 않았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이런 여가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가늘가늘하고 블링블링해서 꼭 '남자 선배들을 등처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쪽쪽 빨고 다닐 듯하게' 생긴 언니가 기타 한 대 들고 이런 노래를 하는 거다. "커피 심부름 시키면서 내 엉덩이 주물거린 김부장이여 망해라." 혹은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익이라 스물다섯 넘으면 음식 쓰레기라는 이사새끼야, 니가 그러니까 장가를 못 가고 찌질거리지." 또는 "술자리에서 저질스러운 농짓거리하면서 저들끼리 낄낄거린 선배 새끼들, 모르는 척했지만 무슨 뜻인지 다 안다. 너희같은 것들은 향후 30년간 발기부전이다." 가사는 꼭 직설적이고 적나라해야 한다. 와, 상상만 해도 유쾌해서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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