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다보니 소매치기가 되었다. 작고 못생겼지만 기민해 보이는 남자가 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첫 번째 시도에서 그가 기술을 건 상대가 잠복 경찰이었다. 내 눈에 보일 정도로 서툴게 지갑을 빼냈으니 당연히 잡힐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그를 현행범으로 검거하며 수갑을 채웠다. 나는 일행이 아닌 척하며 환승역에서 내렸다.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충무로에서 내려야 할 것을 을지로3가에서 내렸다는 것 정도. 꼭 동대문운동장역처럼 복잡하고 긴 을지로3가역에서 몹시 헤매며 지하철을 다시 타지 못하다가 결국 꼬리가 잡혔다. 남자가 경찰을 대동하고 날 찾으러 다녔던 것이다. 알고보니 남자는 과거에 소매치기뿐만 아니라 가택에 침입해 좀도둑질까지 일삼았는데, 그런 여죄까지 내가 뒤집어쓸 상황에 처했다. 단지 지하철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망을 본 것도 아니고 바람을 잡은 것도 아니고 지갑을 훔치지도 않았는데! 그러나 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날 호송하는 경찰에게 가난한 고학생임을 열심히 어필했다. 그 와중에 참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가부장제 하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살았을 것 같은 여자가 나왔다. 간신히 바람이나 막을 법한 비닐하우스에서 살았고,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도 남편은 못생긴 시앗을 들였다. 어찌어찌하여 여자는 평생의 숙원이었던 단독 공연을 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한삼 자락을 휘날리며 신들린 듯 춤을 추는 여자를 보니 숨이 막혔다. 한의 정서 따위는 쥐뿔도 이해하지 못할 외국인들도 흥겨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공연 막바지에 '벨라'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파키스탄 사람이었는데, 여자의 성별을 비웃고 몹시 비아냥대었지만 여자는 멋지게 응수했다.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여자는 자기 아들을 안은 시앗과 나, 그리고 이웃 아줌마들 몇 명 앞에서 자살했다. 목을 지나는 동맥에 빈 주사기를 찔러넣은 것이다. (2011.1.14)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휴대폰을 주웠다. 옵티머스Q였다. 누가 잃어버린 게 분명하기에,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로 학번과 이름을 적어서 문자를 보냈다. 그러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바로 자리를 옮기느라 내 휴대폰과 옵큐를 미처 챙기지 못하고 퇴근해 버렸다. 집으로 가는 초록색 버스 세 대를 공연히 떠나보내고 막차를 타고 귀가하는 등 정신없었던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출근해서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옵큐 주인이 보낸 문자였다. 그동안 휴대폰을 두 번이나 잃어버렸다는 둥, 이번에 좋은 분을 만나서 다시 찾나 했더니 휴대폰이 탐나서 연락을 끊고 있느냐는 둥,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둥, 아주 가관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해 있다가 공격적인 문자를 썼다 지웠다. 평온함을 가장한 어투로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할 말이 있으면 도서관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 잠시 후 아주 미안해하는 듯 우물쭈물하는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좀 많이 어렸죠?"라고 멋쩍어하는 목소리를 듣자 묘하게 기분이 차분해져서, 문의전화를 받을 때 쓰는 사무적인 말투로 응대했다. (2011.2.6)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꿈을 꾸었다. 마미가 살아서 사야카와 함께 마법소녀로 활동하고 있었다. 호무라는 마도카가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계속 방해하는 상황. 그러던 중 마미와 사야카가 위험에 처했고, 주저하던 마도카는 결국 마법소녀가 되었다. 반짝거리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변신 장면이 예쁘게 지나갔다. 뒤늦게 달려온 호무라는 망연한 표정으로 마법소녀가 된 마도카를 보았다. (2011.2.8)

  마룬파이브 내한공연 좌석이 딱 하나 남아서 결제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딴사람이 채가는 바람에 표를 못 샀다. 비디아이가 내한 취소를 번복할까봐 그런 바보짓을 했다. (2011.4.9)

  친구 E와 만나는 약속을 아예 까먹고 있었다. 약속 30분 전에 E가 잠실에서 2호선을 탔다며 전화를 하는 바람에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요일에 이대 앞에서 일곱시에 보는 게 약속이었다. 나는 토요일인 줄로만 날짜를 착각하고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한 약속과 겹치는 줄 알고 안절부절 못했다. 그런데 별안간 E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이 일곱 시까지였는데 나는 다른 친구 H와 함께 사이좋게 늦었다. 친구 E의 웨딩드레스 차림을 직접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또 안절부절 못했다. (2011.4.24)

  비교정치론 수업에 내야 할 마지막 레포트의 존재를 조원들이 모두 잊어버렸다.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레포트는 6월 27일 월요일 오후 6시까지 내면 되는데, 누가 어떤 부분을 맡고 어떤 책을 읽을지 파트 분배가 하나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망연한 기분이었다. 한 학기 동안 잘해왔는데 마지막 레포트 때문에 망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2011.6.26)

  어느 회사에 잠입해서 비리를 파헤쳐야만 했다. 전체적으로 흰색을 기조로 한 깔끔한 회사 건물이었다. 비상계단으로 동료인 E언니와 같이 잠입하다가 직원들에게 걸렸다. 직원이 날 제압하느라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때렸던 것 같긴 한데 다행히 꿈이라 아프지는 않았다. 이 때 잠입한 사람이 우리 둘뿐만이 아니었는데, 이 회사는 꼭 레지던트 이블의 엄브렐러사마냥 잠입해 들어온 취재원들을 붙잡아 실험체로 썼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끔찍한 괴물로 개조되었는데,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퀸이나 캐리건 비슷한 촉수괴물로 개조된 남녀 두 명이 있었다. 이 둘은 서로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고 곧 사랑에 빠졌다. 둘이서 섹스도 했던 것 같다. (2011.7.9)

  한진중공업 때문인지 심란한 꿈을 꾸었다. 어떤 허름한 병원 건물에서 노조가 오랜 기간 동안 투쟁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런 데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 때문에 무작정 농성장으로 찾아갔다. 병원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직원 식당에서는 그냥 돈가스와 치즈돈가스가 나왔다. 허름한 식당답지 않게 냄새와 모양새가 훌륭했는데, 꿈이었지만 왠지 배가 불러서 먹지 않았다. (2011.7.10)

  6시 30분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서 꾼 꿈. 용변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도 화장실청소를 한답시고 공익들이 화장실 안에 드글드글했다. 다들 지하철 공익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 있던 칸 앞에서 서성이는 덩치 큰 공익 두 명이 있길래, 일단 옷을 추스르고 나와서 여기서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따졌다. 두 명은 내가 뭐라든 아랑곳않고 조그만 계집애가 바락거리는 게 같잖다는 듯이 웃기만 하더니, 별안간 내 팔 두 쪽을 잡고 한꺼번에 들어올렸다. 반항하거나 저항할 겨를도 없어서 허공에서 바르작댈 뿐이었다. 한 명이 내 가슴 쪽으로 손을 뻗어서 추행하려는 순간, 정말 놀라서 드라마나 영화처럼 숨을 헉 하고 들이쉬면서 깨어났다. (2011.7.15)

  1. 용역이 아니라 경찰 두명이 내 트위터를 사찰했다. 그런데 멍청하게도 프로필 사진에 경찰청 엠블럼을 걸어 놓았다. 그래서 둘 다 블락했다.
  2. 부모님 중 한 쪽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가족이 무너지기 직전인, 어떤 미취학아동(남자)을 과 선배들과 함께 돌봐주었다. 파리바게뜨 카페에 앉아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몹시 똑부러지는 말투로 이거 먹고 싶어요, 저거 먹고 싶어요, 이렇게 요구해서 조금 당황했다. 엄청 진해 보이는 초코케이크와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그런데 자꾸 아이가 비슷한 맛의 케이크를 또 시키려고 했다. 돈도 아깝고 해서 다른 메뉴를 시키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더니 아이가 갑자기 담배를 꼬나물었다. 학교도 다니지 않는 꼬꼬마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보다는, 카페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데에만 놀랐다. 나도 따라서 담배를 꺼내려고 하다가 참았다. 그 와중에 선배 한 명은 약속 있다고 나가고, 다른 선배 한 명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면서 약속 있다고 나간 선배와 아이가 불쌍하다면서 울었다. (2011.8.15)

   1. 친척 어른들이 남녀 합세하여 나를 시집보내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가지고 있으니까 남자가 안 생기지!"라는 말을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CD 중 구한 지 얼마 안 되는 레어템들을 다 갖다 버리라고 윽박질렀다. 거의 버리려고까지 했던 것 같다.
  2. 중학교 때 방송반을 같이 했던 아이를 만났다. 당시에는 잘난척하는 게 너무 꼴보기싫어서 같은 고등학교에 가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만나게 되어서 조금 반갑기도 했다. 지금은 경기도 하남시에 이사를 갔고, 자신이 사는 장미아파트(장미빌라?)라는 곳이 얼마나 예쁜가를 늘어놓으며 또 잘난체를 했다.
  3.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같은 학원에 다녔고 같은 반이기도 했다. 내가 별난 짓을 할 때 맞춰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아이는 키가 훌쩍 크고 늘씬해진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중학교 때 얼마나 이상한 아이였는지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틀린 말은 아니라 전부 수긍했다.
  4. 예전에 기르던 개가 죽고 새로운 개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닥스훈트 종이었다. 귀엽고 다 좋았는데 한 가지 단점이, 천방지축 날뛰면서 차가 많이 다니는 골목길로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못 나가게 붙잡으면 이를 드러내며 물 것처럼 으르렁대기도 했다. 그래서 TV동물농장의 개과천선 팀을 불렀다. 어찌된 일인지 이웅종 소장이 아니라 가수 박정현이 왔다. 리드줄로 통제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힘조절을 못 하고 리드줄로 개를 공중에 휙휙 들어올리는 등 개를 아프게 만들었다. 땅바닥에 붙어서 줄을 팽팽히 잡고 당기는 방법으로 간신히 개를 진정시켰다. "이 개한테 미안하다고 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감정을 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개를 안아 올려서 얼굴을 맞추고 눈을 감으니 개가 입술을 핥으면서 뽀뽀를 해 왔다. 그 전과는 달리 몹시 온순한 태도였다. (2011.8.20)

  모 변호사님 승소 기념으로 인턴들과 변호사님이 한식집(좌식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승소 축하드린다고 인턴들끼리 돈을 모아서 케이크를 샀다. 불 붙여서 방에 들어가려고 하니 변호사님이 정색을 하시면서, 변호사 일과 관련 일을 다 그만두고 고등학교에서 사회 선생님 일을 할 거니까 이런 건 필요없다고 하셨다. 약간 뻘쭘해져서 "4기랑 5기에서 선물했을 땐 받으셨다면서 왜 저희 건 안 받으세요……."하고 궁시렁거리다 깼다. (2011.10.4) 

  원고를 독촉하고 웹하드에 들락날락거리는 꿈을 꾸었다. 꿈인데도 원고는 들어오지 않고 원고 디자인도 올라오지 않았다. (2011.10.18) 

  사무실 젊은 변호사님이 비를 맞으면서 시구하고, 나중에는 나에게 투수와 찍은 셀카를 자랑했다. 그 다음에는 최다니엘과 윤종신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이승철이 별안간 윤종신더러 슈스케에서 심사를 너무 깐깐하게 한다고 화를 냈다. 윤종신에게 화내면서 존박도 같이 깠다.(2011.10.20) 

  무뚝뚝하던 남자 동기 하나가 갑자기 카톡으로 "야, 너희 아무개랑 좀 친하게 지내라"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원래 다른 동기 대사인데. 또 인턴 중 한명이 실은 60년생인데, 엄청난 동안으로 커버하고 동기 인턴들을 다 속이고 있었던데다 19살 연하의 귀여운 남성과 열애중이었다. (2011.11.1) 

  어떤 노조가 바다 건너 섬에 있는 공장에서 파업을 하고 있었다. 쌍차랑 한진중을 섞어놓은 분위기였다. 영도처럼 다리만 건너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배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경찰이 외부인은 섬에 못 들어가게 막아 놓았다. 그래서 밖에 있던 어떤 노동자가 섬에 못 들어가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어떤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고기잡이배를 얻어타고 섬까지 갔다. 선주랑 선장이 한국인이 아니어야 나중에 재판에서 덜 불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차저차해서 중간까지 갔는데 해양경찰 배가 보이길래 바다에 뛰어들어서 헤엄쳐서 잠입(?)하는 것으로 끝났다. (20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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