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내가 널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후회와 애틋함과 그리움. 아직도 가끔 꿈에서 너를 본다. 너를 의식 위로 떠올리지 못하고 지내던 하루하루에 갑자기 네가 끼어든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현듯 꿈에 나타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얼굴이 보인다. 어릴 때 그대로인 얼굴에 몸만 훌쩍 자란 아가씨가 된 너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냥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너의 눈빛에는 원망도 괴로움도 없다. 난 너를 붙잡고서 내가 정말 나빴노라고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너를 껴안고 펑펑 울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농을 걸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과정은 달라도 끝은 늘 똑같다. 너는 못난 나를 받아준다. 다시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 이런 꿈을 꾸고 난 아침에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야만 한다. 씁쓸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네가 차라리 꿈에서라도 화를 내고 모질게 굴면 좋을텐데. 너를 다시 만날 수 없다. 만날 수 있더라도 만나고 싶지 않다. 네 앞에서 뻔뻔스럽게 얼굴을 들고 있을 자신이 없다.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너무 많은 관계와 공유할 수 없는 추억, 둘 사이에 흐르는 시간의 강을 뛰어넘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그냥 내가 정말 좋아하던 너를 아프게 한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한다. 못다 이룬 사랑을 가슴아파하듯, 더 소중하게 다루고 키울 수 있었던 인연을 기억 속에서 예쁘게 포장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리하여 다시는 다른 사람의 가슴에 이유 없이 대못을 박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쓸 수 있는 것이다.

  너는 좋은 친구였다.
  나는 너무 어렸으며, 나밖에 모르는 몹쓸 아이였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팠던 만큼, 내가 아프게 했던 것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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