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이 모양으로 자랐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아니라, 무엇이 악영향을 미쳤는지는 너무나도 잘 안다. 남다를 것 없지만 퍽 울적한 가정 환경과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탓하고 증오하기에 바빴으니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기 보존을 하고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위한 방책 중 하나였던 같잖은 자학에서 벗어나, 이제야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올해는 정말 조용하게 살았다. 순수하게 '보고 싶어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따로 약속을 잡은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금방 나으려니 했던 위염이 반 년을 끌며 날 괴롭힌 덕에 엠티는 계속 빠지고 각종 뒤풀이에도 웬만하면 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안으로만 침잠했다. 자학과 찌질찌질과 징징거림, 나를 높기기 위해 남을 비웃는 나날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고, 놀랍게도 그 모든 것에 신경쓰지 않게 된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다.

  나는 딱 남들만큼만 특별하다.
  나는 여지껏 내가 세운 벽을 두드리고 들어오려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겠다느니 하며, 아량을 베푸는 척 몹시 오만하게 굴었다.

  자기 비하처럼 들리기 딱 좋은 말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를 뜯어고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뿌리 모두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설명하기가 좀 애매한데, 가지치기를 한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양보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많이 웃고, 말도 곱게 써야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겉모습과 마음가짐이 닮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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