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에 한 번씩 어떤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선후배 사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학교에 다닐 때에도 친밀한 내왕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색한 지인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그런 사이이다. 몹시 더운 날씨, 혹은 추운 날씨에 내 건강이 상할 것을 염려한 안부 문자? 그럴 리가 없다. 도서관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할 수 있어? 교정하는 데 얼마나 들어? 많이 아파? 돈 모으려고 휴학하려는데 어떡하는 게 좋을까? 처음 한두 번은 그러려니하고 성실하게 대답해주려 애썼다. 하지만 세 번째부터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입 발린 소리라도 고맙다는 대답 한 번 들은 일이 없으니 더 기분이 상했다. 그래 놓고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게 꼴불견이다. 나라면 필요할 때 알맹이만 쏙 골라 빼 먹으려고 친한 척 연락하느니, 아예 연락을 않고 혼자 외로워하고 말겠다. 친구를 이용하고 폐 끼치는 기분을 느끼기 싫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라도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게 참 조심스럽다. 그 라식수술 어디서 했어? 돈은 얼마나 들어? 회복할 때 아프지 않아? 선글라스는 얼마나 오래 끼고 다녔어?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였지만, 그냥 찻잔에 꽂힌 티스푼을 아무렇게나 휘저으며 농담이나 뱉었다. 너무 관계에 벽을 치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상관없다. 이건 내 주변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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