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와 포털 메인에 연신 올라오는 뉴스를 볼 때에는 별로 실감이 안 났다. 막연히 군대에 있을 친구들이 걱정될 뿐이었다. TV에서 포격 영상을 봤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전의 무력 시위나 도발과는 많이 다르구나. 민간인 거주 지역을 목표로 한 정밀 조준 사격. 군부대와 민가, 야산에 불이 났다. 막 입대한 이병과 말년휴가를 앞둔 병장이 죽었다. 민간인 2명이 실종되었다.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데 무게가 많이 실리던데, 민간인들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을까. 이해할 수 없다.

  가끔은 진부한 표현을 써야만 전달 효과가 커지는 말이 있다. 오늘 오후 3시 이후 나라 안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전사자까지 두 명이나 나온 마당이다. 모두들 다른 일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게다. 주요 현안들이 전부 논의할 새도 없이 가라앉게 생겼다. 현대차 비정규직, 체벌 금지, 4대강 예산, 대포폰, 민간인 불법 사찰, 쓰다 보니까 끝이 없구나. 대포가 대포를 가라앉혔다. 다른 것들까지 덤으로 가라앉혔다. 왜 가라앉아야 하는지 모두가 수긍할 만한 그럴듯한 명분도 있다. 전쟁 나면 다 죽으니까, 모두가 '하나 되어' 외적의 위협에 맞서야 하니까.

  누군가 북한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를 언급하고 걱정하는 사람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해?" 이어지지 않은 말은 "지금 사람이 다 죽을 판국인데 너희 밥그릇만 챙기자는 거야? 어쩜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니?" 여기에 구구절절히 날 변명해봤자 구차해 보인다. 차라리 입을 닫고 말겠다. ……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래, 사실 열받아서 글 쓰는 거 맞다. 연평도 폭격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군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한 점 관심도 없는 냉혈한 취급받은 게 억울하고 화가 나서 쓴다.

  나라가 위기 상황이라고 해서 뉴스만 들여다보면서 걱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상황에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연평도에는 배도 못 들어가니 산불을 끄거나 구호품을 조달할 수도 없다. 사태 수습은 지하 벙커에서 머리 맞대고 있는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덥지 못해도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생명과 명예가 걸린 일이 희미해져 잊혀지지 않도록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복잡하게 풀어 놨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 가능하다.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된다.

  채 피지도 못한 꽃다운 젊음을 안타깝게 여긴다면? 그들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도하면 된다. 정말로 연평도 주민들이 걱정된다면? 폭격으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모금을 시작할 때 능력껏 기부하면 된다. 혹은 자원봉사를 갈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뭐가 중요한 지 몰라?"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를 모르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천안함 사태 때의 꼴같잖은 엄숙주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이런 사고 경향이 일반적이라면, 평화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 등 진보라 일컬어지던 모든 가치가 백 보쯤 후퇴하는 꼴을 보게 생겼다는 것. 외적의 위협 앞에서 꿈 같은 말을 지껄이는 몽상가들은 백안시당하기 마련이다. 전체주의가 따로 없다. 그래서 몹시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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