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손아람,이창현,조성주,임승수,하종강
출판 : 철수와영희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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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을 살고 있는 동명이인의 '전태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발상이 재미있었다. 열사로 추대되어 박제된 전태일은 잊어버리고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자세를 고민해보는 게 어떻냐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러한 사고는 <나태일&전태일>로 이어지며, 피곤함을 느끼는 사치를 부릴 새도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청년들을 조망하는 발판이 된다. 낙천성은 있으되 희망은 없다는 말에 묘하게 가슴이 시렸다. '울기는 좀 애매한' 셈인가.

  이어지는 자전적 수필(?)과 인터뷰는, 전국구 호구 취급을 받는 '멍청하고 게으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20대'가 목숨 부지하기 위해 얼마나 악착같이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울 것은 없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내가 남들보다 나은 점은, 몇 가지 조건을 '우연히' 충족하기 때문에 복지 제도의 혜택을 남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뿐인데, 이마저도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막막하다.) 인터뷰어가 놀라워하고 탄식하는 게, 뭘 새삼스럽게 그러나 싶어 우스웠다. 진보 진영만이 서민/비정규직/기타 등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위할 줄 안다는 건 사실 헛소리일지도 모른다. 진영에 상관없이 삶에 밀착해 있는 쪽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터뷰 말미에 88만원 세대론은 갑자기 왜 나오나. 좀 낡았어도 세대론보다는 계급론을 가져다대는 게 더 엄밀할 것이다. 어른들이 "요즘 학생들은 뭐 하고 노니?"라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참 난감한 게, 내가 딱히 놀기 싫어하는 학생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20대를 한 마디로 뭉뚱그릴 수 있는 공통된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실은 그냥 잘 알지도 못하는 인터뷰어가 마음에 안 든다. 인터뷰어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 명예훼손과 게시 중단이 무서워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겠다. 얼마 전에 블로그는 사적 공간이 아니라는 판례가 생겼다. 귀가 너무 얇아서 큰일이다.)

  하종강이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친절하게 노동의 역사와 개념을 설명하는 단락은, 물론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품 나오는 재방송이겠지만, 차분하고 논리적이어서 이해가 쉬웠다. 자본가와 노동자로 직업군을 이분하지 않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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